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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하던 80대 아내를 살해한 뒤 한강에 뛰어든 80대 남편과 그의 50대 아들이 긴급 체포됐다.’ 4일 경기 고양시에서 발생한 간병 살인을 다룬 기사의 첫 문장이다. 건조하게 사건을 요약한 문장 사이사이에 이 가족이 10년 동안 겪었을 절망과 고통이 묻어난다. 한강에서 자살을 시도했다가 구조된 이들 부자는 “(먼저) 죽여 달라고 부탁했다”며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오랜 간병으로 생활고에 시달렸다”고도 했다.
▷2023년 기준 간병인을 고용하는 월평균 비용은 370만 원이고, 임금근로자 월평균 소득이 363만 원(세전)이다. 간병인을 쓰게 되면 웬만한 직장인은 한 달 월급을 통째 갖다줘도 모자란다. 요즘은 더 올라 하루 평균 15만 원은 줘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로 간병인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픈 가족을 버려둘 수도, 간병비를 댈 수도 없으니 가족이 직접 간병을 떠맡는다.
▷‘간병 지옥’은 누군가 죽어야 끝난다고 한다. 2020년대 들어 환자를 살해하거나 함께 목숨을 끊은 간병 살인은 한 해 평균 18.8건이 발생하고 있다. 법원 판결이 난 것만 집계했는데도 이렇다. 효자가 존속 살인자가 되고, 잉꼬부부가 동반 자살을 하는 슬픈 사연이 넘쳐난다. 보통 두 시간마다 자세를 바꿔 줘야 하고, 밥을 먹이고 대소변도 치운다. 끝을 알 수 없는 반복 노동에 몸이 아프거나 우울증을 앓는 가족이 많다. 대다수 간병 살인은 잠을 못 자는 등 극한으로 몰렸을 때 우발적으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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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도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했다. 평균 수명이 83세인 시대에 간병 부담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행을 몰아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보육이 국가 책임이 되었듯이, 간병도 그렇게 가야 할 것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온 사회가 연대해 그 부담을 조금씩 나눠 질 수밖에 없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