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밤 현지 TV 채널들을 통해 공개한 대국민 연설에서 “프랑스의 핵 억지력은 독립적이지만 독일 총리의 제안에 따라 우리의 핵 억지력이 유럽 동맹국들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전략적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변화하는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며 “유럽은 자체적으로 방어할 준비를 해야 하며, 우리 안보를 다른 국가들에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외의 다른 유럽 국가를 침공할 가능성을 대비해 유럽 안보를 스스로 키워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럽의 주요 동맹인 미국이 최근 유럽과 거리를 둔 채 러시아에 공조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유럽 자강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독일의 차기 총리 후보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지난달 총선 승리 직후 “유럽의 두 강대국인 영국, 프랑스와 함께 핵 공유, 또는 최소한 두 나라의 핵 방위가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메르츠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유럽에서 핵 억지력 관련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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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긴급 정상회의에서 “결정적인 조처를 할 것”이라며 “회원국들은 재정 적자 계산에 포함되지 않고도 군사비를 늘릴 수 있게 되고, 유럽 땅에서 유럽산 무기를 구매하고 생산하기 위해 대규모 공동 자금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가 항복할 수는 없고, 너무 취약한 휴전 협정이 이뤄져서도 안 된다”며 지속 가능한 평화 협정 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정을 지원하기 위한 유럽 연합군 배치도 언급됐다. 그는 “다음주부터 이 문제를 책임지고자 하는 국가의 참모총장들과 파리에서 만날 것”이라며 유럽 연합군 배치 논의에 속도를 낼 것을 시사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