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11년 동안 878건 규정 위반”
감사원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한 선관위의 291차례 경력 채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최소 878건의 규정 위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선관위에 전현직 직원 32명에 대해 중징계 및 인사자료 통보 등 조치하라고 했다. 선관위 직원들은 동료 직원의 자녀를 뽑기 위해 면접위원의 평가표를 조작하고, 내정자가 합격자 명단에서 빠지자 동료 직원들이 야근 중 몰래 엑셀시트로 면접 점수를 조작하기도 했다.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중앙선관위는 “특혜 채용이 있었다”는 투서를 받고도 관련자 조사조차 하지 않는 등 사건을 묵인했다. 선관위의 인사담당 직원들이 “선관위는 가족회사다”, “선거만 잘 치르면 된다”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 과정에서 특혜 채용 관련자는 “과거 선관위가 경력직 채용을 할 때 믿을 만한 사람을 뽑기 위해 친인척을 채용하는 전통이 있었다”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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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직원 자녀 점수 조작해 올리고… 1급 자리 나눠먹기도
감사원, 선관위 특혜채용 무더기 확인
“1992년부터 친인척 채용 전통”
내정자 합격 시키려 면접 파일 조작… 경쟁자는 허위사실 유포 탈락시켜
1급 상임위원 임기 멋대로 조절도
“선거관리위원회는 1992년부터 믿을 만한 친인척을 채용하는 전통이 있었다.” “1992년부터 친인척 채용 전통”
내정자 합격 시키려 면접 파일 조작… 경쟁자는 허위사실 유포 탈락시켜
1급 상임위원 임기 멋대로 조절도
감사원이 27일 내놓은 ‘선관위 인력 관리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조카의 채용을 청탁한 의혹을 받던 광주 동구 선관위 사무국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선관위 직원들이 채용공고도 내지 않고 가족을 특혜 채용한 것이 범죄가 아닌 정당한 관행이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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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 채용 위해 짬짜미한 선관위
직원 자녀들을 특혜 채용하기 위해 멀쩡한 합격자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충북선관위는 2018년 단양군의 공무원을 경력채용 대상으로 추천받고도 “만 37세라서 나이가 너무 많다”라면서 추천을 거절했다. 이 자리엔 충북선관위 고위 간부의 딸을 공고도 내지 않고 채용했다.
경북선관위의 한 계장급 직원은 2021년 경력채용을 진행하면서 전직 선관위 직원의 자녀가 응시 요건에 미달하자 “8급으로 임명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합격시켰다. 반대로 경쟁자에 대해선 “응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채용할 수가 없다”고 허위 정보를 퍼뜨려 불합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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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에 따르면 중앙선관위와 시도선관위의 인사 담당 직원들은 업무용 메신저로 “간부들이 호시탐탐 자녀를 데려오려고 노리고 있다” “법령을 어긴 것이지만 내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어쩔 수 없다” “상임위원이 경력공채에 자기 딸을 밀어넣으려 하는데 비밀로 해달라” 등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 불법 내부 규정 만들어 고위직 나누기도
선관위가 ‘1급 자리’인 시도선관위 상임위원 임기를 멋대로 조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각 지역 선관위 상임위원의 임기는 법에 6년으로 정해져 있고 정년도 60세로 보장돼 있다. 그러나 선관위는 내부 규정을 만들어 지역 선관위 상임위원의 임기를 2년으로 줄였다. 또 상임위원들을 지명할 때 “59세에 퇴직한다”는 서약서도 받았다. 임기를 줄여 여러 명이 고위직을 맡을 수 있게 하려 한 것.
선관위는 또 교수나 법조인도 임명될 수 있는 시도선관위 상임위원에 대해선 ‘4급 이상 공무원 중 선거사무에 7년 이상 종사한 사람’이란 내부 규정을 만들어 사실상 내부 인사들만 채용될 수 있게 했다. 선관위가 기획재정부와 예산 협의도 하지 않고 2004년부터 1급 4자리를 만들어 운영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고위직인 1급 자리를 여러 명이 ‘나눠 먹기’ 위해 이런 식으로 운영했다고 판단하고 법률 취지에 맞는 보직 운영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반론보도]〈“친인척 채용은 전통” 특혜 묵인한 선관위〉 관련본 신문은 지난 2월 28일자 종합면에 〈“친인척 채용은 전통” 특혜 묵인한 선관위〉 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경북선관위의 계장급 직원은 “해당 직원은 해당 응시자의 채용 대상 직급을 조정한 사실이 없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