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중심으로 독서·배달·무알코올 음료 즐겨
내향형 소비자들이 즐기는 틱톡 북톡. 이들은 외식보다는 배달을 선호한다. 동아DB
그런데 이처럼 외향적인 소비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장에 최근 주목할 만한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타인에게 보이는 소비나 이벤트 대신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것. 이를 일컫는 신조어가 바로 ‘내향형 경제(Introvert Economy)’다. 처음 주목한 이는 맨해튼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이자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경제학자 앨리슨 슈레거다. 그녀는 내향형 경제에 대해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주도하는 경제 환경”이라고 설명한다. 내향형은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교류하기보단 자신만의 공간에서 편안하게 활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떠들썩한 동호회에 참여해 사람들과 어울리며 술을 마시기보다는, 집에서 조용히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등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내향형 경제를 주도하는 계층은 Z세대, 즉 젠지(Gen Z)다. 1997~2012년에 태어난 이들의 공통점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는 것. 웹이나 네트워크를 통해 교류하는 데 익숙한 만큼,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취미 생활이나 소셜 네트워킹이 가능하다. 이보다 나이가 많은 밀레니얼세대 중에서도 내향형 소비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팬데믹 시기에 온라인 쇼핑이나 구독 경제, 배달 음식 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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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형 경제 인구의 등장으로 가장 먼저 변화를 겪고 있는 분야는 레스토랑 사업이다. 미국 내에서도 가장 활동적인 도시로 손꼽히는 뉴욕은 ‘해가 진 후에 하루가 시작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나이트 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늦은 밤 대신 이른 저녁에 더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있다. 일례로 예약 사이트 ‘Resy(레시)’에서는 오후 5시 30분 예약이 증가하는 반면, 오후 8시 이후 예약은 감소하는 추세다. 이런 수요에 발맞춰 레스토랑 업계에서는 낮 시간대 댄스파티를 열거나, 오후 8시에 끝나는 ‘마티네 파티’를 여는 등의 대응을 펼치고 있다. 주류 시장 역시 영향권에 있다. 회식이나 음주 중심의 사교 활동이 줄어드는 탓이다. 미국의 여론 조사 기관 갤럽의 발표에 따르면, 18~34세 성인의 정기적 음주 비율이 20년 전에 비해 10%p 감소했다.
이런 움직임은 한국에서도 나타나는 분위기다. 소주와 맥주의 주 소비층이었던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음주를 줄이고 회식을 피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문화가 형성된 까닭이다. ‘술 취하지 않은(sober)’이란 형용사와 ‘궁금한(curious)’이란 단어를 합친 이 신조어는 ‘술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호기심’을 뜻한다. 술 취한 저녁 대신 건강한 아침을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전통적으로 ‘술판’으로 여겨졌던 신입생 환영회나 대학교 MT에서 무알코올 방이 등장할 정도로 Z세대의 반응이 뜨겁다. 직장에서는 술을 동반하는 저녁 회식 대신 점심 회식을 실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 추세다.
텍스트 힙과 OTT로 즐기는 취미 생활
내향형 소비자들이 즐기는 틱톡 북톡. 이들은 외식보다는 배달을 선호한다. 동아DB
한국 젠지는 ‘텍스트 힙’에도 관심이 많다. 텍스트 힙은 글을 읽는 행위를 SNS나 블로그에 공유하는 현상이다. 독서를 통해 도파민을 충족한다는 의미의 ‘독파민’이라는 신조어는 젠지 사이에서 독서가 더 이상 지루하거나 고루한 취미가 아닌, 도파민 넘치는 재밋거리로 복귀했다는 증거다. 덩달아서 ‘북 클럽’도 인기다. #북클럽 해시태그가 포함된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18만 개에 가깝고, 네이버 블로그에서 2024년 한 해 동안 북 클럽을 언급한 게시물은 8300개가 넘는다.
팬데믹 종료 이후 인기가 주춤했던 OTT의 매출도 다시금 증가세다. 시간과 장소 관계없이,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동안만 감상하는 데 익숙해진 것이 그 이유다. 넷플릭스는 2024년 4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가입자 수가 사상 최초 3억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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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