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 성장률 1.5%로 대폭 하향 국내외 악재에 내수-수출 동시 비상… ‘최악땐 성장률 1.4%로 추락’ 경고 한은 올해 금리 총 2, 3회 내릴수도 추경 거론하며 “20조 이상땐 부작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3.0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석 달 만에 1.9%에서 1.5%로 낮춰 잡았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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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1.7%의 전망치를 제시했던 한국은행이 불과 한 달 만에 올해 경제성장률을 1.5%까지 낮춰 잡은 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전쟁’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관세 부과에 나서고 있는 데다 부가세, 비관세 장벽까지 들여다보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관세 전선이 확대되면서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가 동시에 찾아오리라 판단한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듯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재차 거론하면서도 “최대 20조 원 이상의 추경은 부작용이 크다”며 대규모 추경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내놨다.
● 韓 올해 경제성장률 1.5%로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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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4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키로 하는 등 관세 부과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에 대해서도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한국 수출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이 총재는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영향)이 2분기(4∼6월)부터 반영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올해 1분기(1∼3월)부터 국내 경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국내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자동차, 철강, 의약품에 대한 관세 인상은 국내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한은은 미국과 여타 나라가 상호 보복을 이어 가며 통상 갈등이 격화하는 ‘비관적 시나리오’ 아래에선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1.4%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암울한 분석도 내놓았다. 반면 미국이 중국 외 국가에 저강도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올해 성장률이 1.6%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 한은, 올해 금리 2∼3차례 인하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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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서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4명은 3개월 내에도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고, 2명은 추가 금리 인하를 열어 놔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재정정책, 즉 추경이 반등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재차 밝히기도 했다. 이 총재는 “최대 20조 원을 추경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성장률이 0.2%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추경은 단기 성장률을 보완하는 진통제 역할”이라며 “재정건전성 악화 등 부작용이 있는 만큼 20조 원 이상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1.8%로 예상한 것을 두고 “괜찮은 수준”이라며 “그게 우리 실력이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쓴소리도 던졌다. 이어 “과거 고도성장에 익숙해졌는데, 신성장 동력도 키우지 않고, 고령화 사회에 해외 노동자도 안 데려오면서 노동력도 떨어졌다”며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허약해졌음을 꼬집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2월 근본적인 구조개혁 조치 없이는 2025년부터 향후 5년간 잠재성장률이 연평균 1.8%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더 과감한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상치(1.90%)와 근접한 2.00%까지 낮춰야 한다고 본다”며 “중장기적으로 성장률이 2.00%까지는 나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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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