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 특수전사령부 제1공수특전여단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제4차 청문회에 출석해 있다. 2025.2.21/뉴스1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 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의 4번째 청문회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끌어내고 필요하면 전기도 끊으라’는 지시를 했다는 증언이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나왔다.
● “대통령이 ‘필요하면 전기도 끊어라’고 지시했다”
비상계엄 당시 국회로 출동했던 이상현 특전사령부 제1공수특전여단장은 ‘계엄 당시 어떤 지시를 받고 출동했느냐’는 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질문에 “(12월 4일) 0시 50분에서 1시 사이에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보안폰으로 전화가 왔다”며 “곽 (전) 사령관이 ‘(대통령과) 화상 회의를 했는데 대통령께서 문을 부숴서라도 끄집어내라. 필요하면 전기도 끊어라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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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차에 함께 있었던 안효영 1공수 작전참모도 “이 여단장이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한 게 맞냐는 이야기를 했고,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이를 들었다”면서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통령님 지시’라는 단어는 기억난다”고 했다.
이 여단장은 “마침 전화가 끝날 때쯤 1대대장에게 전화가 왔고, 내가 동일하게 ‘대통령께서 이러한 지시를 하셨다’고 했다”며 “수사 과정에서 (이런 통화 내용이) 녹취가 돼 있는 것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 여단장은 “대통령 지시 사항이라고 부하에게 전달했지만, 다소 당혹스러웠다”며 “갑자기 이것이 정치적 문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요원들을 건물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대로 복귀한 뒤 지휘통제실에서 상황일지를 절대 수정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방으로 돌아가 수첩에 있었던 일을 다 기록하고, 수정을 할 수 없게 볼펜으로 써 검찰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김영권 방첩사 방첩부대장도 당시 곽 전 사령관이 전화로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김 부대장은 “사령관이 긴장하면서 전화를 받아 옆에 앉은 간부에게 물어봤더니 ‘코드원’이라는 단어를 들었다”고 했다. 코드원은 군에서 통상 대통령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남기동 특전사 감찰실장 역시 “특전사 경례 구호가 ‘단결’인데 (곽 전 사령관이 당시 전화를 받으면서) ‘충성’이라고 하는 걸 봤을 때 상급자로 장관 또는 그 이상일 것 같았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계엄 당일 국회 내 군 병력 진입 과정에 대한 증언들도 이어졌다. 양재응 국방부 국회협력단장은 계엄 선포 직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전화를 걸어와 국회 내 병력 투입을 위해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 전 특수전사령관과 서로 협조하도록 지시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국방부 국회협력단은 군과 입법부 간 협조와 업무 연락을 위해 설치된 조직이다. 양 단장은 이후 “총 8차례 이 전 수도방위사령관으로부터 전화를 수신했다”며 “(이 전 사령관이) 병력을 안내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계속했다”고 했다. 양 단장은 “저는 거듭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했다”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고, 협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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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 “‘홍장원 메모’ 신의 계시로 썼나”
여당은 탄핵 심판에서 ‘정치인 체포조’ 증언을 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진술을 놓고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홍 전 차장이 정치인 체포명단을 적은 메모 초안을 공개하며 “한글 자음, 모음 그 어떤 것 하나라도 식별해낼 수 있느냐”며 “여 사령관의 전화를 받고 받아적은 것이 아니라 신의 계시를 받은 것 아닌가”라고도 했다.
특위는 청문회에 불출석한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6인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내란 국조특위는 이달 25일 5차 청문회를 추가로 연 뒤 28일 활동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활동을 종료할 전망이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