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뉴시스
마이크 왈츠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모든 회원국은 6월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 방위비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20일(현지 시간) 밝혔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 나토 국가들인 영국·프랑스 정상 간 만남이 다음 주 예정된 가운데, 나토를 겨냥해 방위비 증액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나선 것. 나토는 북미와 유럽 등 서방 32개 국가들의 군사동맹이다.
이는 최근 동맹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 ‘관세 폭탄’을 날리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 역시 유럽과 논의할 핵심 이슈임을 분명히 상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방위비를 통상 등 다른 협상과 연계해 활용할 중요한 ‘카드’로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러시아 행보를 두고 유럽을 중심으로 비판 수위가 높아지자 이를 잠재우기 위한 맞대응 카드로 방위비를 꺼내든 것이란 해석도 있다.
● 美안보보좌관 “더 큰 자리 필요하면 더 많이 들고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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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나토 32개 회원국의 방위비 평균은 GDP의 2.71%다. 폴란드(4.12%), 에스토니아(3.43%), 미국(3.18%) 등이 3%를 넘기긴 했으나 대부분 2%대다. 유럽연합(EU) 주요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1%대에 그치는 등 2%에 미치지 못하는 국가들도 적지 않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나토에 ‘GDP 대비 2%의 방위비 지출’을 요구했다. 이후 지난해 대선 과정에선 그 요구 수준을 3.0~3.5%로 높였고, 취임 후엔 5%로 다시 수치를 끌어올렸다. 이날 왈츠 보좌관 역시 우선 나토의 모든 회원국이 2%부터 달성하고, 이후 GDP 대비 5%를 지출하는 방안까지 논의해보자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27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잇따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들의 워싱턴 방문에 대해 왈츠 보좌관은 “우리는 유럽이 더 많이 지원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더 큰 자리가 필요하다면 더 많은 걸 갖고 협상 테이블로 오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해 안보 문제 등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면 일단 나토 방위비 분담 등 역할부터 더 하라고 꼬집은 것이다.
● 마크롱 “트럼프 만나면 ‘푸틴 앞에서 약해지면 안돼’ 말해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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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국 상황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전쟁에서 미국보다 더 적게 돈을 쓴 유럽이 자신의 종접협상 구상 등에 대해 이런저런 훈수나 지적을 하는 자체가 매우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런 만큼 유럽의 소극적인 ‘방위비 분담’ 문제 등을 지적하며 ‘당신들 할 일부터 해’라는 식으로 쏘아붙이는 것이란 의미다. 왈츠 보좌관도 이날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미국 납세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은 물론 유럽의 방위 비용까지 계속 부담하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친러시아 행보 등이 나토에 균열을 만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의 최대 주적(主績)인 러시아를 옹호하는 성향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면 나토의 탄탄한 집단안보 체제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이 최근 일부 유럽 국방장관들에게 유럽 내 미군 병력 일부를 철수할 계획을 언급했다고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