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배구 통산 최다득점 도전하는 현대캐피탈 레오 V리그 삼성화재-OK금융서 활약… 6517점 올려 1위 朴과 106점차 경기당 평균 20득점… 9경기 남아 이번 시즌 득점 신기록 달성 유력… “韓선수가 기록 세워야하는데 미안”
현대캐피탈의 숙소 겸 연습장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최근 만난 ‘킹’ 레오가 배구공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오른손 검지로 입을 가린 채 침묵을 유도하는 모습은 레오를 대표하는 세리머니다. 천안=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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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프로배구 V리그 출범 후 20년간 남자부 등록 선수는 총 638명. 그중 단 한 명에게만 허락된 통산 최다 득점 기록 주인공에 현대캐피탈의 ‘킹’ 레오(35·쿠바)가 도전한다. 현재 통산 6517점으로 박철우(40·은퇴·6623점)와 106점 차 2위를 달리고 있는 레오는 이번 시즌 신기록 달성이 유력하다. 정규리그 9경기를 남겨놓은 가운데 레오는 경기당 평균 20득점을 기록 중이다.
현대캐피탈이 숙소 겸 연습장으로 쓰는 충남 천안시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최근 만난 레오는 현재 기록 보유자이자 삼성화재 시절 동료였던 박철우의 이름부터 꺼냈다. 레오는 “경기장에서 (해설위원이 된) 철우 형을 만나면 형이 신기록까지 몇 점이 남았는지 이야기해 준다”며 웃고는 “형제와 같은 철우 형과 맨 윗줄에 나란히 이름을 놓을 수 있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신기록을 세워 V리그 역사를 새로 쓴다는 뿌듯함도 있지만 한편으로 V리그 기록은 한국 선수가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 미안함도 있다. 두 마음이 반반이다”라고 했다.
2012∼2013시즌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 데뷔해 세 시즌을 뛰었던 레오는 이후 튀르키예, 레바논,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무대를 거쳐 2021∼2022시즌부터 OK금융그룹(현 OK저축은행)에서 다시 세 시즌을 보냈다.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에 합류해 V리그에서 7번째 시즌을 맞은 레오는 이미 남자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4회), 라운드 MVP(10회) 최다 수상 기록을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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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의 GOAT(the Greatest Of All Time·역사상 최고 선수)로 평가받는 리오넬 메시(38·아르헨티나)의 팬인 레오는 “감독, 선수, 미디어 한 명도 빠짐없이 자연스럽게 인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GOAT가 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V리그의 GOAT가 되기 위해 아직 달려 나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에서의 우승 도전 역시 레오가 역대 최고의 선수로 향하는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레오는 현재 공격종합(성공률 55.6%)과 득점(538점) 부문에서 2위를 달리며 현대캐피탈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12일 현재 승점 70으로 2위 대한항공(승점 52)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있다. “팀원들이 서로를 신뢰해 경기를 하면 할수록 더 끈끈해지고 있다”는 게 레오의 설명이다.
앞서 삼성화재 시절 두 차례(2012∼2013, 2013∼2014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했던 레오가 현대캐피탈에서도 왕좌에 오르면 ‘복수의 팀에서 우승한 최초의 외국인 선수’라는 타이틀도 얻는다. 레오는 “V리그 대표 명문인 두 팀에서 모두 우승한다면 내게도 의미가 클 것 같다. 지금은 그저 챔프전 우승을 향해 앞만 보고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쿠바의 무명 선수였던 내가 한국에 와서 프로가 된 것처럼 꿈은 꾸면 언제든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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