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사회 위원회 설치…총노동시간 확대해선 안돼” ‘잘사니즘’ 제시…與, 말바꾸기 지적하며 “뻥사니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복과 성장’을 주제로 제422회 국회(임시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5.2.10/뉴스1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기본사회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론으로 ‘성장 담론’을 제시한 것”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배를 위한 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고 했다.
● 기본사회·노동시간 단축 꺼내며 지지층 달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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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열렸다. 연설 중간 국민의힘 의원들이 고함 소리가 나자 민주당쪽에서 반격이 들어왔고 이 대표는 양측을 진정시키며 양손을 들어 방청객에 있는 초등학생을 가리키며 정숙을 요구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 대표는 “경제 살리는 데 이념이 무슨 소용인가. 진보 정책이든 보수 정책이든 유용한 처방이라면 총동원하자”며 앞서 던졌던 ‘흑묘백묘론’에 이어 실용적 접근 방식을 재차 강조했다.
여야가 맞붙고 있는 반도체 특별법상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 여부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이 대표는 “특별한 필요 때문에 불가피하게 특정 영역의 노동 시간을 유연화해도 그것이 총 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 대가 회피 수단이 되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노동 유연성 문제를 언급하면서도 총 노동시간 확대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못 박은 것이다. 그러면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장시간 노동과 노동 착취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말 자체가 형용모순”이라며 “양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갔다. 노동시간 연장과 노동착취로는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생존조차 어렵다”고 했다. 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노동계를 향한 발언인 셈이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열렸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그러면서 “창의와 자율의 첨단기술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며 주 4일제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주4일제, 4.5일제 도입과, 특정 분야에서 (노동)유연성을 높여달라는 요구가 서로 충돌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두 개의 가치를 어떻게 조화할 것인지는 정치의 숙제”라고 부연했다.
●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정년 연장 등 화두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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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잘사니즘’은 ‘뻥사니즘’으로 표현하고 싶다”며 이 대표의 말 바꾸기를 지적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말과 행동이 일치돼야 하는데 오늘은 말의 성찬에서 끝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에서도 맹폭이 이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대표가 국민소환제를 제안한 데 대해 “개헌 논의는 외면하고 극성 지지자를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냐”고 했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반도체특별법도 통과시키지 않으면서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보편적 기본사회와 성장을 동시에 말했다”며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냐”고 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