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와 페르시아(700년의 대결)/에이드리언 골즈워디 지음·이종인 옮김/816쪽·4만3000원·책과함께
이 책은 영국 역사학자이자 전쟁사학자인 저자가 고대의 두 패권국인 로마와 페르시아(정확히는 파르티아와 그 뒤를 이은 페르시아)의 700년간의 갈등과 대립을 서술했다. 얼핏 보면, 두 나라 사이에 벌어진 전쟁과 정치적 사건을 연대순으로 나열한 것 같지만, 저자가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런 갈등과 대립 속에서도 어떻게 두 나라가 700여 년을 지속해 생존할 수 있었는지’다. 허구한 날 안에서는 정쟁, 밖에서는 전쟁만 하는 나라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아니기 때문이다.
“권력과 패권을 놓고 경쟁한다고 해서 로마나 파르티아가 상대방을 폐쇄적으로 대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서로 경계하고 모욕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전반적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공존하는 것을 만족스럽게 여겼다. 황제와 왕중왕들은 이렇게 평화 공존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을 알았다.”(8장 ‘상업에 능숙한 사람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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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 달 넘게 위정자라는 이들이 ‘나라와 국민은 모르겠고 너만 쓰러뜨리면 소원이 없겠다’며 혈투를 벌이고 있다. 읽는 것은 로마와 페르시아 이야기인데, 머릿속에서는 우리나라 걱정에 한숨만 나오게 만드는 책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