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 우주 생산 시대 여는 스페이스린텍 중력 미미한 우주공간 자체가 자원… 단백질 구조 더 선명하게 파악 가능 국책과제 우주실험플랫폼 만들어, 위암 표적 치료제 개발할 계획 6월 실험장치 우주로 올릴 예정… “메이드인스페이스 신약 시대 열 것”
인류는 우주로 성큼 다가가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우주에서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생산을 하겠다는 진취적인 목표를 가진 스타트업이 스페이스린텍(대표이사 윤학순)이다. 2021년에 설립됐다. 올해 6월이면 첫 실험장치를 우주로 보내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실험을 한다. 10일 경기 용인특례시 스페이스린텍 기흥사업장에서 만난 윤학순 대표(58)는 “우주는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될 것”이라고 미래를 내다봤다.
● 우주 환경이 여는 바이오의약품 개발의 새 지평
윤 대표가 10일 경기 용인시 기흥사업장의 실험장치동에서 올해 6월 우주 공간으로 쏘아올려질 단백질 결정화 실험 장치에 손을 댄 채 그 기능들을 설명하고 있다. 용인=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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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표는 “줄기세포와 인공장기, 노화 연구에서도 우주 환경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중력이 미미한 환경에서 세포가 더 빠르게 성장하고 3차원적 구조를 잘 형성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현재 세계적으로는 약 70개의 우주의학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 혁신적인 기술력과 연구 인프라
작년 여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 2024 총회에서 윤학순 스페이스린텍 대표이사(오른쪽)가 존 리 한국 우주항공청(KASA) 우주항공임무본부장에게 자사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스페이스린텍 제공
스페이스린텍은 이 연구과제를 통해 우선 위암 치료를 위한 항체-약물 복합체(ADC)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ADC는 암세포를 찾아내는 항체,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페이로드), 항체와 약물을 연결하는 링커로 구성된다. 여기서 단백질 구조로 된 항체를 정교하게 고순도로 만드는 데 우주실험플랫폼이 필요하다. 암세포를 더 정확하게 인식하는 항체 개발이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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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린텍이 저궤도에 설치할 우주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상상도. 스페이스린텍 제공
스페이스린텍은 지상에서 미세중력 환경을 구현해 실험하는 능력도 갖췄다. 강원도 정선과 태백의 폐광에 있는 수직갱도를 활용해 자유낙하를 하는 동안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장치를 독자개발했다. 특히 태백 장성광업소에 구축할 시스템은 세계 최장인 900m의 트롭타워다. 윤 대표는 “땅속으로 실험장치를 자유낙하시키면서 약 10초간 미세중력 상태에서 실험을 한다”며 “세포 속에 유전자를 정교하게 주입하고 변화를 추적한다”고 했다. 드롭타워를 활용해 우주실험실 플랫폼을 검증하고, 별도로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위한 실험을 진행한다.
● 미국 나사와 일하다 우주의학 가능성 보고 창업
윤 대표는 미국 버지니아 노퍽주립대 신경공학과 정교수이자 하버드의대 객원교수다. 2010년 노퍽주립대 교수로 부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하버드대 의학전문대학원 등과 우주의학 연구를 수행하며 우주의학 분야의 발전 가능성을 보게 됐다. 윤 대표는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이 갖는 잠재력과 우주의학 분야 중 상업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제약업을 택해 창업을 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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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표는 “스페이스린텍은 고품질의 바이오의약품을 메이드인스페이스(made in space)로 만드는, 우주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용인=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