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기한 지났다고 기각…유족 “합사 사실 알려주지도 않고서”
[도쿄=AP/뉴시스]
일본 최고재판소는 17일 한국인 합사자 유족 27명이 2013년 제기한 야스쿠니신사 합사 취소 소송에서 원고들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척기간(법정 기한) 20년이 지났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야스쿠니신사 한국인 합사가 1959년 이뤄져 20년 내인 1979년까지 소송을 제기했어야 했는데, 2013년에 제소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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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이번 소송에서 일제 침략전쟁에 동원된 아버지나 형제가 한국 침략을 정당화하는 장소로 비판받는 야스쿠니신사에 멋대로 합사된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원고 박남순 씨는 패소 후 최고재판소 앞에서 “너무 허망하고 기가 막혀서 할 말이 없다”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일본 측이) 알려주지도 않았을뿐더러, 야스쿠니에 합사한 것은 더욱 몰랐다. 합사하려면 당연히 유족에게 알리고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아버지 명예를 위해 이름을 빼달라는 것인데 이를 빼주지 않는 일본 법도 참 대단하다. 유족들은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아사노 후미오 원고 측 변호인은 “재판관 다수 의견은 민법의 제척기간을 적용해 상고를 기각했다. 권리행사를 할 수 없게 하는 매우 부당한 결론”이라고 비판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미우라 마모루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미우라 재판관은 “유족이 합사를 양해하지 않았으며 전쟁 전 야스쿠니신사 역할 등을 보면 원고가 합사된 이를 추모하는 평온한 정신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방해됐다는 주장에 이유가 있다“면서 제척기간 적용이 문제가 있다고 다수 의견과 다른 반대 의견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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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신사에 유족 동의 없이 한국인이 합사돼 있다는 사실은 한국인들이 1990년대 이후 일본 정부를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 배상 요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뒤늦게 알려졌으며, 한국인들은 2001년부터 일본 법원에 합사 취소 소송을 냈다.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한국인 수는 2만여 명으로 알려졌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