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휴전… 일부 인질-수감자 교환 휴전 16일째부터 2, 3단계 논의 트럼프, 분쟁 중재 이미지 강화… 네타냐후, 정권 연장 기틀 마련 가자 철군-전후 통치세력 등 난제
“이제 영원한 평화를” 15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시내에서 하마스에 가족을 납치당한 이들이 휴전 합의 소식을 듣고 포옹하고 있다. 하마스는 1단계로 여성과 어린이, 노약자 위주로 인질 33명을 풀어주기로 했다. 텔아비브=신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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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친구’ 윗코프가 한 번의 만남으로 네타냐후의 마음을 흔들었다.”(타임스오브이스라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15일(현지 시간) ‘6주 휴전’에 전격 합의하자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후 줄곧 양측에 휴전 합의를 강하게 압박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당선인 신분으로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첨예한 갈등을 중재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2일 자신이 대통령에 취임하는 이달 20일 전 하마스에 억류 중인 인질을 석방하지 않으면 “‘지옥 같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휴전을 종용했다. 또 그는 자신의 오랜 골프 친구이며 유대계 사업가인 스티브 윗코프를 2기 행정부의 중동 특사로 발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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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코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브렛 맥거크 백악관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과도 협력했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도 CNN에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협력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정권 교체기의 신구 권력이 협력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휴전안, 3단계로 진행…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최대 수혜자
이스라엘이 협상 타결과 무관하게 군대 주둔을 강하게 고집했던 가자지구 남부 ‘필라델피 통로(회랑)’에는 이스라엘군이 휴전 발효 이후에도 최대 50일까지 주둔하기로 했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휴전 1단계가 끝난 후에도 군사 작전을 재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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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합의의 최대 수혜자는 트럼프 당선인과 네타냐후 총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발발,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군 과정에서의 대혼란 등으로 중동의 정세 불안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전부터 분쟁을 중재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게 됐다. 또 취임 뒤에도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의 외교 정상화 및 이란 견제 등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정권 연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이스라엘 현직 총리 최초로 부패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전쟁 과정에서 하마스와 하마스를 지원해온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지도부를 사실상 무력화시켜 국내 보수층으로부터 강한 지지를 얻고 있다.
●“네타냐후, 연정 내 극우 눈치 봐 협상 미뤄”
이번 휴전이 완전한 전쟁 종식으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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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가자지구를 관리하는 방안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요르단강 서안을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이전에 가자지구도 통치했다. 하지만 부패와 무능으로 PA가 민심을 잃자 강경파 하마스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에 따라 향후 PA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게 적합하다는 의견이 아랍권 등에서 제기되지만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정부는 이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네타냐후 총리와 그가 속한 극우 연정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을 모두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