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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방에서 일어나니, 누군가 알려온 눈 내린다는 전갈.
문발 한껏 올리고 서설(瑞雪)을 구경하는데, 멀리 정원 계단에 어른대는 새하얀 빛.
휘날리는 그 기세는 화로에서 피어나는 연기, 새하얀 풀에는 차갑게 매달린 옥패(玉佩).
분명 이건 신선이 잔뜩 술에 취해서, 마구마구 흰구름을 비벼 뿌린 것이리니.
(畵堂晨起, 來報雪花墜. 高捲簾櫳看佳瑞, 皓色遠迷庭砌.
盛氣光引爐煙, 素草寒生玉佩. 應是天仙狂醉, 亂把白雲揉碎.)
―‘청평악(淸平樂)’ 이백(李白·701∼762)
눈발 세례, 이건 신선의 조화(造化)임이 분명하다. 고주망태가 된 그이가 흰구름을 마구 비벼대며 주사를 부리고 있다. 눈 내린다는 전갈을 듣자 시인은 눈발이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어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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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 시인 양만리(楊萬里)는 한 자 넘게 쌓이는 눈을 바라보면서 ‘누가 저 눈송이 비벼 음식 만들어, 사람들 배 속을 뜨뜻하게 해줄지’(‘눈을 바라보며’)라고 기원했다.
동요 속의 상상 또한 경쾌하고 훈훈하다. 펄펄 내리는 눈을 보며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하얀 가루 떡가루를 자꾸자꾸 뿌려주는’(이태선 ‘눈’) 선물이라 노래한다. 후인들의 이 갸륵한 배려심을 읽는다면 이백은 어떤 심정일까. ‘청평악’은 곡명, 내용과는 무관하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