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영·부산경남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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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인가요? 위치는 정해졌나요?”
‘부산 러너스테이션’ 조성 계획을 다룬 기사(동아일보 지난해 11월 13일자 A16면)가 게재되자 많은 달리기 동호인이 물었다. 샤워장이 없어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을 받은 서울과 달리 부산 시설엔 샤워장 구축도 검토된다니 반가웠다고 했다.
러너스테이션은 러너들이 운동 전후 쓸 수 있게 물품 보관소와 탈의실 등을 갖춘 스포츠센터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해 9월 부산을 ‘생활체육 천국 도시’로 만들겠다고 발표하며 언급한 핵심 사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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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장이 꼭 필요한 게 아니면 러너가 목욕탕에서 씻을 수 있게 연계하는 사업을 추진하라고 시의회가 제동을 걸며 예산은 더 삭감됐다. 앞서 시는 언론에 “샤워장 설치와 센터 입지 등을 시민 의견을 물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태껏 러닝 동호인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나 설명회 한 번 열리지 않았다. 정말 센터에 샤워장이 필요한지, 그보다 주변에 무료 주차 지원이 필요한지 등을 충분히 파악하고 사업 계획을 짜야 했다. 400m 규격의 정규 트랙 신설이나 러닝 전문가의 훈련 프로그램 지원을 바라는 이가 더 많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러너스테이션 계획은 아예 세우지 말았어야 했다.
촌극은 러너스테이션 건뿐만이 아니다. 시는 전국체전 개최를 위한 공사로 아시아드주경기장 보조구장을 지난해 9월부터 출입 금지한다고 일방적으로 안내했다. “불통 행정”이라며 달리기 동호인의 반발과 서명운동이 이어지자 폐쇄 시기를 두 달 늦췄다. 구덕운동장을 아파트 등으로 상업 개발하겠다고 밝혔다가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계획이 취소되기도 했다. 사업 진행 전 가능한 많은 시민에게 묻는 것이 상식이다. 박형준 시장과 일부 공무원의 생각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으로는 시민이 행복한 ‘천국 도시’를 만들지 못한다.
김화영·부산경남취재본부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