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이후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방향이나 올해 첫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의 빅 이벤트 이후 환율 등의 추이를 살펴보고 금리 인하를 결정하자는 신중론도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16일 한은 금통위는 올해 첫 통방에서 기준금리를 기존과 같은 3.00%로 동결키로 결정했다. 한은은 보도자료를 통해 “물가상승률 안정세와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정치적 위험 확대로 성장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며 “경제전망 및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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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금통위를 앞두고도 한은이 세 차례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 탄핵 사태까지 겹치면서 내수 위축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한은이 비상계엄 이후인 지난해 12월 10일부터 17일까지 소비자심리지수(CCSI)를 조사한 결과 88.4로, 11월보다 12.3포인트 하락했다. CCSI는 경제 상황 전반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보다 높으면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인 것으로 판단한다.
경기 불황에도 한은이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환·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뛰기 1400원대로 뛰기 시작하더니, 비상계엄 이후 1440원을 웃돌았고, 이번 달에는 1480원까지 급등했다. 달러화 강세와 국내 정치 불안으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이 맞물리면서 환율은 1450원을 지속해서 웃돌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관세 인상 정책 등으로 환율 상승 압박이 커진 가운데 한국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춰 환율 변동성을 키울 필요가 없다고 한은이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 취임을 비롯해 오는 28일부터 29일 열리는 미국의 올해 첫 FOMC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지를 지켜보고 금리를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음 달 25일 올해 2차 통방이 있기 전에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은의 동결 결정을 두고 이러다 내수 진작의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연이어 낮춰잡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3개월 연속 내리면서 1.7%까지 낮춰잡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보편 관세 도입시 한국 경제 성장률이 최대 0.62%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내놨다. 전날 고용지표도 예상치를 밑돌면서 내수 부진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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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