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 4년만에 3배 넘게 성장… 상장 종목도 1년새 125개 늘어 운용사간 출혈경쟁 이어지면서 혁신적 상품 대신 ‘미투 상품’ 범람 판도 바꿀 가상화폐 ETF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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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177조 원(순자산총액 기준) 규모로 성장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20년(52조 원)과 비교했을 때 4년 만에 세 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양적인 성장을 통해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확대됐지만, 마케팅 경쟁 등 출혈경쟁이 나타난 데다 혁신적인 상품은 정작 눈에 띄지 않는다는 그늘도 존재한다.
2002년 ETF가 처음 상장된 뒤 20여 년이 흐르며 ETF 시장의 구조도 바뀌었다. 자산의 10% 이상을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파생형 ETF, 코스피·S&P500 등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것 이상의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액티브 ETF 등의 비중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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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들의 경쟁 구도도 달라지고 있다. 국내 최초 ETF를 선보인 뒤 점유율 1위를 지켜온 삼성자산운용의 지난해 말 기준 점유율은 38.17%로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36.09%)과의 격차가 줄었다. 3위 자리를 두고 KB자산운용(7.82%)과 한국투자신탁운용(7.56%)의 경쟁도 치열하다.
자산운용사 간 경쟁은 보수 인하로도 이어지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재칠 선임연구위원과 권민경 연구위원이 ETF 운용보수율을 분석한 결과 2011년 31.6bp(100bp=1%포인트)였던 시장 전체의 자산가 중 평균 운용보수율이 지난해 6월 말 16.3bp까지 하락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두드러진 양적 성장에 비해 ‘새로운 게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터리,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시장의 관심을 받는 ETF가 출시되면 다른 자산운용사에서도 유사한 ETF를 뒤따라 내놓는 등 ‘미투(Me too) 상품’이 범람한 영향이다.
ETF 시장의 판도를 바꿀 가상화폐 현물 ETF도 국내에서는 먼 미래다. 지난해 뉴욕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는 불과 출시 1년 만에 금 ETF와 맞먹는 규모로 성장했지만 아직까지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ETF에 보수적인 데다 비트코인 수탁이나 리스크 컴플라이언스(준법관리) 등의 기준도 미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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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