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기조 속 정치 불확실성 겹쳐 한은 “물가 최대 0.1%P 끌어올려 1월에도 물가 상승세 지속 전망” “경기 부양 재정정책 필요” 지적
작년 12월 한 달 사이 원화 가치가 미국 달러에 비해 5% 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국가 중 러시아에 이어 하락 폭이 두 번째로 컸다. 강(强)달러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친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인해 진정세를 보여 온 물가가 다시 상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원화 값이 하락한 근본적인 배경에는 강달러 기조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 등으로 한국을 비롯한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는 하락세를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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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1465.0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으나 11일 야간 거래에서는 1472.0원까지 치솟았다. 미국이 발표한 고용 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리란 전망에 더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12월부터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물가 상승세가 제법 진정됐다는 판단 때문에 지난해 10, 11월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인하할 수 있었는데 환율 때문에 다시 물가가 꿈틀거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임 의원실에 “작년 11월 중순 이후의 환율 상승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상승률을 0.05∼0.10%포인트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 달 CPI 상승률도 조금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달 남짓의 환율 불안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최대 0.1% 끌어올렸으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수 있음을 한은이 구체적인 숫자를 들어 언급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1.5%) 대비 0.4%포인트 높아진 1.9%였다.
전문가들은 정국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 불가피한 만큼 경제 충격을 줄이고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수입 물가와 소비자 물가가 올라 가계의 실질소득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당장 통화정책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기 부양을 위해선 정부의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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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