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지식 토대로 ‘과학 혁명’ 유클리드-아인슈타인-호킹 등 2500여 년 과학책 역사 소개 ◇책을 쓰는 과학자들/브라이언 클레그 지음·제효영 옮김/352쪽·2만6000원·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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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세기 동안 과학자들은 선배 과학자들이 쓴 책을 참조해 이론을 발전시켰고, 이렇게 축적된 지식은 과학 혁명을 낳았다. 인쇄술 발명 이후의 과학 서적 중에는 그 아름다움으로 주목받은 책들도 많다. 페터 비에네비츠의 책 ‘황제의 천문학’(1540년·위쪽 사진)과 안드레아스 셀라리우스의 ‘대우주의 조화’(1660년·아래 사진)가 대표적이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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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부제 ‘위대한 과학책의 역사’는 이 책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2500여 년에 이르는 위대한 과학책을 도판 280여 점과 함께 소개한다.
고대라고 하면 ‘과학의 유아기’ 정도로 치부되기 쉽다. 그러나 기원전 290년경 저술된 유클리드의 ‘원론(Elements)’은 공리와 명제의 기본 전제를 설명했다. 이전 사람의 생각을 인용해 생각을 쌓는 방법은 기원전 3세기 아르키메데스의 ‘모래알을 세는 사람’에서 이미 발견된다. 그는 아리스타르코스라는 사람의 책을 인용해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그 둘레를 돌고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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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술이 보편화되면서 과학책의 양도 급증했다. 1600년 나온 영국인 윌리엄 길버트의 ‘자석에 관하여’는 “지식인들이 바다처럼 방대한 책들과 마주하게 되었으며 배움에 열심인 사람들이 괴로움과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적었다. 이 시기에는 동료 학자를 넘어 일반 독자들을 의식한 책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라틴어로 쓰이던 과학책들도 자기 나라의 일상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근대의 고전’ 장(章)에 이르면 폭발하는 과학 지식에 따른 기념비적 서적을 소개하기에도 저자의 손길이 바빠진다. 20세기를 열어젖힌 과학책으로는 1917년 출판되고 3년 뒤 영어로 번역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시기는 과학책의 서평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영국 학술지 네이처의 평자는 “상대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수많은 독자들과 같은 심정”이라며 당혹감을 토로했다.
1988년 나온 호킹의 ‘시간의 역사’는 과학 서적 역사상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지만 저자는 “사실 다 읽은 사람은 별로 없다”고 꼬집는다. 그 기록은 과학자가 아닌 여행작가로 유명한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2003년)’로 깨졌다.
저자는 앞으로 호젠펠더 ‘수학의 함정(2018년)’처럼 ‘독자가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론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책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렇게 결론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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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