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참사 닷새만에 4명 발인-유품 인계… 유족, 유품 담긴 상자 끌어안고 오열 파손된 휴대전화 포렌식 하기로 시민, 편지-술 등 챙겨 공항 찾아 추모… 유족 대표 “전국 분향소 운영 연장을”
2일 오후 2시 40분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3번 게이트 버스터미널. 도착한 버스에서 내린 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족 12명의 손에는 30cm 정도 크기 갈색 상자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사망자의 유류품이 담긴 상자였다. 상자 틈새로 보이는 유품들은 곳곳이 깨져 있거나 흙먼지가 가득했다. 은색 여행가방 하나는 곳곳이 부서지거나 찢겨 있었다. 지난해 12월 29일 사고 충격의 흔적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유족들은 갈색 상자가 마치 살아있는 가족인 양 끌어안고 걸어가는 내내 흐느꼈다.
● 유품 받아 든 가족들 흐느껴
이날 국토교통부 등 당국은 낮 12시부터 유류품 인계 절차를 시작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소유자가 확인된 여권 등 200여 종의 유류품이 분류 절차를 마쳤다”며 “오후 3시 30분 기준 희생자 52명의 유류품이 유족에게 인도됐다”라고 밝혔다. 현장에서 수거된 유류품은 총 600여 점인데 남은 400여 점도 확인 절차를 거쳐 순차적으로 유족들에게 인도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손된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는 유가족 동의를 얻어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주인을 확인할 계획이다.
광고 로드중
“고마웠고 미안하다… 따뜻한 곳에서 행복하길” 무안 제주항공 참사 닷새째인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철조망에 추모객들이 남긴 애도 편지와 술, 핫팩 등이 놓여 있다. 무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고인을 기릴 음식을 챙겨들고 찾아온 시민들도 있었다. 전날(1일) 밤 철조망 앞에서 만난 시민 손모 씨(29)의 손에는 술과 담배, 먹태가 들려 있었다. 그는 “낮에 오면 파편이 보인다고 해서 너무 처참할까 봐 저녁에 왔다”며 “돌아가신 분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무안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다녔다는 손 씨는 “고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너무 참담하다”라며 철조망 너머로 챙겨 온 술을 서너 번 올린 뒤 고인들을 추모했다.
“고마웠고 미안하다… 따뜻한 곳에서 행복하길” 이날 무안국제공항을 찾은 한 추모객이 철조망 너머로 활주로를 바라보며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무안=조승연 기자 cho@donga.com
● 국토부 “3일 조사 진행과정 설명 예정”
정부는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하는 동시에 사고 원인 파악에도 주력했다. 박 장관은 “독립기관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에서 객관적으로 인증받을 수 있는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 엄격하게 조사 중”이라면서 “내일(3일) 조사 진행 과정에 대해 사조위 측에서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5시 반까지 유족에게 인도된 시신은 총 34구이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DNA 감정 결과를 통보한 사망자는 65명이다.
광고 로드중
무안=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무안=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