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K방산의 도전] 초기 도면없어 총 분해하며 역설계 K2전차 등 방산 수출 강국으로
“소총도 못 만들던 나라가 전차와 잠수함, 초음속 전투기까지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1971년 한국 최초 방위사업인 ‘번개사업’ 이후 불과 50여 년 만에 K방산은 수출 글로벌 톱4를 목표로 할 정도로 성장했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다음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K방산의 도전은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1971년 11월 9일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방위산업 추진 현황을 보고받은 뒤 “예비군 20개 사단을 무장시킬 무기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소총과 박격포, 수류탄 등을 직접 만들라는 것이었다. ‘번개사업’의 시작이었다. 군 관계자들은 미군에서 흘러나온 각종 공구와 장비를 모았다. 도면이 없어 총을 분해해 도면을 직접 그려 나가는 역설계를 했다. 그 결과 1971년 12월 16일 당시 청와대 대접견실에 M1 소총과 카빈 소총, 60mm 박격포 등이 깔렸다. 우리 손으로 만든 최초의 국산 무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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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사업은 199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K1 전차와 K55 자주포, 현무, 다연장로켓 등 정밀 무기를 개발했고 기존 무기를 개량하는 등 질적 성장이 이뤄진 시기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오늘날 한국 방산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K9 자주포와 K1A1 전차, KT-1 훈련기 등의 개발이 시작됐다.
당시 KT-1 개발에 참여했던 손환익 한국항공우주산업 수석연구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는 도전의 시기였다”며 “국산 무기를 만들 역량이 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증명해 나가야 했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방산 수출 시대가 열렸다. 초음속 전투기 FA-50과 휴대용 대공무기 신궁 등이 이때 개발됐다. 국산 헬기 수리온과 수출 최대 효자로 꼽히는 전차 흑표(K2)도 뒤를 이었다. 자주국방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2000년대 말 연간 12억 달러(약 1조6000억 원)를 수출했고, 2022년에는 100억 달러를 넘겼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은 “K방산은 한동안 방산비리라는 오명에 휩싸여 고전했다”며 “방산 관계자들이 ‘제대로 개발하지 않으면 오명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노력한 결과 200억 달러 수출 시대도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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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