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취임후 10번째 법안 거부권 행사… 대통령실 “여야 합의없어 헌법 파괴” 野 “주권자 기만 정권 말로 기억하라”… 28일 본회의서 재의결 추진 밝혀 與 유의동도 “찬성” 이탈표 차단 비상
공수처, ‘채 상병 사건’ 김계환-박정훈 조사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고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1일 오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왼쪽 사진)을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김 사령관으로부터 ‘VIP(윤석열 대통령)가 격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오른쪽 사진)도 불러 양측의 진술을 확인하는 데 주력했다. 과천=뉴스1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사실을 알리며 “특검법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고 여야가 수십 년간 지켜온 삼권분립의 소중한 헌법 관행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삼권분립 원칙하에 수사와 소추는 행정부에 속하는 권한이자 기능”이라며 “그 중대한 예외인 특검 제도는 행정부 수반이 소속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과 공수처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인데 (민주당이) 공수처 수사를 못 믿겠다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자신이 만든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자기모순이자 자기부정”이라고도 했다. 또 “특검법은 사건 대국민 보고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실시간 언론 브리핑을 하도록 했다”며 “법상 금지된 피의사실 공표를 허용하는 잘못된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최혁중 saji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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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28일로 예상되는 국회 본회의 재표결을 앞두고 안철수, 김웅 의원에 이어 유의동 의원이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추가로 밝히면서 이탈표 차단에 비상이 걸렸다. 수도권 낙선 의원이 “양심에 따라 표결하겠다”고 반발하는 등 이탈표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원내지도부는 개별적으로 의원들을 접촉하며 이탈표 방지를 독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일방적 특검, 삼권분립 파괴” 野 “거부권 남용이 위헌”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충돌]
정진석, ‘헌법’ 9번 언급 거부권 설명
尹, 공수처장 임명 재가 ‘先수사’ 의지
이재명 “尹정권 파도앞 돛단배 신세”… 25일 야권 대규모 장외집회 등 공세
“이 법에 따른 수사 결과가 공정하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정진석, ‘헌법’ 9번 언급 거부권 설명
尹, 공수처장 임명 재가 ‘先수사’ 의지
이재명 “尹정권 파도앞 돛단배 신세”… 25일 야권 대규모 장외집회 등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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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야당은 높은 특검 찬성 여론을 등에 업고 “거부권 행사가 위헌이자 국민을 상대로 한 전쟁 선포”라고 반발하며 장외투쟁 등 총공세에 나서면서 극심한 대치 정국이 예상된다.
● 비서실장, ‘헌법’ 9차례 거론…尹 의중 반영
정진석 비서실장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검법 재의요구권 의결 등 현안 브리핑 하고 있다. 2024.05.21. 뉴시스
정 실장은 “수사와 소추는 행정부에 속하는 권한이자 기능”이라며 “ 특검 제도는 그 중대한 예외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국회가 25년간 13회에 걸친 특검법을 예외없이 여야 합의에 따라 처리해 온 것도 이 같은 이유”라며 “야당이 일방 처리한 특검법은 삼권분립 원칙을 지키기 위해 여야가 수십 년간 지켜온 소중한 헌법 관행을 파괴했다”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따라서 재의요구를 하지 않으면 대통령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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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뒤 오후 이를 재가하는 형태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 때도 이 같은 방식을 택했다.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여론 부담을 인식한 조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 李 “尹 정권, 파도 앞 돛단배 신세”
거부권 행사를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날 국회 본청 앞 천막농성장에서 ‘채 해병 특검―민주당의 갈 길’ 당원 난상토론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민주당은 25일 시민단체를 비롯한 야권과 함께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어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위한 여론전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채 상병 특검법은 22대 국회에서 통과가 될 때까지 발의하고 또 발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거부권을 11번 행사한 바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탄핵이 거론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