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지지 목걸이 언급하며 “공무원, 이념 아닌 민생 전념해야” 다양성 무시 발언 이념 논쟁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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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임명된 에스터 맥베이 영국 정무장관(사진)이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으로 이념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보수 정책을 지원하는 역할로 ‘상식부 장관(minister for common sense)’이라 불리는 그가 영국 사회에 “상식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게 만든다는 평가가 나온다.
맥베이 장관은 13일 보수 성향 싱크탱크 정책연구센터에서 공공부문 개혁을 주제로 강연하며 “공무원 신분증 목걸이의 디자인을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며 “공무원들은 정치적 견해는 건물 밖에 내려놓고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3월 스코틀랜드에서 일부 공무원들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뜻인 ‘무지개색 목걸이’를 착용했다가 금지된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맥베이 장관은 또 “정치적 올바름을 내세우는 좌파 전사들이 공공부문에 침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은 공무원들이 이념 논쟁 대신 민생에 전념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정부가 승인하지 않는 ‘다양성’ 관련 외부 지출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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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이 장관의 발언에 영국 사회가 크게 반응하는 건 그가 수낵 총리의 이념 전쟁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공식 직함은 ‘무임소장관(정무장관)’으로 특정한 부처를 맡지 않고 정부의 의제 설정을 지원한다. 수낵 총리가 임명 당시 “좌파의 의제에 ‘상식’으로 대응하라”고 말한 뒤 ‘상식부 장관’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8일 “공무원이 특정 집단을 지지하면 다른 집단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며 맥베이 장관을 지지했다. 반면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수낵 정부는 ‘상식’을 진보 진영을 향한 이념 전쟁의 무기로 남용하고 있다”며 “논제를 ‘상식’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타협의 여지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