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10시. 새 지저귀는 소리와 어린이 웃음소리가 어우러지던 서울 중랑구 봉화산동행길 입구에 중랑구 걷기클럽 회원 30여 명이 모였다. 20분의 준비운동을 마친 이들은 이아림 씨(48·여성)를 비롯한 주민 리더 4명의 인솔 아래 두 줄로 서서 봉화산동행길 등산에 나섰다. 보라색 철쭉꽃이 양옆으로 핀 봉화산동행길이 빨간색, 보라색, 노란색 등 회원들의 개성 넘치는 등산복과 이야기꽃, 웃음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서울 중랑구 봉화산동행길 입구에서 화려한 등산복을 입은 중랑구 걷기클럽 회원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매주 두 번 1시간 반 걷는 걷기클럽에는 20대 남성부터 80대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 200여 명이 참가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015년 중랑구보건소 직원의 걷기 동아리에서 시작한 중랑구 걷기클럽은 2018년 ‘주민 걷기 리더’ 중심의 공식 클럽으로 재탄생했다.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2급 걷기지도자 자격증을 받은 걷기 리더는 주민들에게 올바른 걷기 자세를 가르치고 클럽 운영을 주도하는 이웃이자 전문가이다. 이들은 매주 두 번 봉화산둘레길 등 정해진 코스를 따라 1시간 반 걷는다. 초기 50여 명에 불과했던 걷기클럽은 현재 6개 클럽, 200여 명 회원까지 규모가 크게 확대돼, 50~60대 여성을 중심으로 25세 남성부터 85세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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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클럽 회원들이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새 지저귀는 소리와 어린이 웃음소리가 어우러지던 봉화산동행길 입구에 준비운동 동작 횟수를 외치는 회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종숙 씨(65)는 치매에 걸린 남편의 이해용 씨(66)의 건강 관리를 위해 지난해부터 걷기클럽에 참가했다. 2021년 치매 진단을 받은 이해용 씨는 당시 55kg의 저체중으로 건강이 매우 안 좋았다. 이종숙 씨는 야외 활동을 기피하는 남편을 위해 걷기클럽에 가입했다. 꾸준한 걷기 활동으로 체력과 건강이 매우 호전된 남편은 현재 77kg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이종숙 씨는 “남편이 과거 집 밖에 나오길 꺼렸으나 이제는 걷기클럽에 선뜻 나선다”며 “치매 증상도 악화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걷기클럽 회원들이 보라색 철쭉꽃이 핀 봉화산둘레길을 오르고 있다. 주민들은 걷기클럽을 통해 만성질환 관리부터 면역력 향상, 체중 감량까지 다양한 목표를 이뤄자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최경필 서울 중랑구보건소 주무관은 “직원이 운영하는 동아리 형식에 한계를 느껴, 걷기 리더를 양성해 주민 주도의 클럽으로 확대하고자 했다”며 “걷기를 통해 면역력 향상 및 만성질환 관리는 물론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도 도움을 받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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