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日자민당 2인자 아소 만나 日, 트럼프 당선 대비 벌써 ‘줄대기’ ‘트럼프, 성추문 입막음’ 첫 형사재판 “제안받고 불륜 보도 안해” 증언 나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23일 뉴욕 트럼프타워 입구로 직접 나와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아소 전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웠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재임 시절 부총리 겸 재무상을 지냈다. 뉴욕=AP 뉴시스
“엔 약세는 미국에 대재앙이다. 바이든이 방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일본 집권 자민당 2인자(부총재)인 아소 다로(麻生太郎) 전 총리를 만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회동 직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최근 미 달러 대비 34년 최저치로 떨어진 엔화 가치가 미국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11월 대선에서 자신과 겨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방관해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어리석은 사람들에겐 달러 강세가 좋게 들리겠지만 미 제조업이 강달러로 (외국과) 경쟁할 수 없어 사업 기회를 잃거나 외국에 공장을 짓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엔-달러 환율은 155엔에 육박해 199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럼프타워 로비에서 직접 아소 전 총리를 맞이하며 성의를 보였다. 그는 “우리는 서로를 좋아한다”며 친근감을 드러냈고, “매우 귀한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사람”이라며 친분이 두터웠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를 회상했다. 아소 전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재임 시절 부총리 겸 재무상으로서 두 정상의 회담에 배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아베 전 총리의 골프 회동에도 동참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0일 워싱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직후 아소 전 총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또 만난 것은 11월 대선에서 누가 이기더라도 미국과의 밀착을 강화하겠다는 일본의 의지를 보여준다. 1시간가량의 회동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소 전 총리와 “북한, 중국의 도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본의 방위비 증액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인 성추문 입막음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23일 증인으로 나선 대중 잡지 ‘내셔널인콰이어러’의 전 발행인 데이비드 페커는 “2016년 대선을 도와달라는 트럼프 측 제안을 받고 그의 눈과 귀가 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 매체는 플레이보이 모델 캐런 맥두걸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불륜을 폭로하려 하자 맥두걸 측에 15만 달러를 주고 독점 보도권을 사들였지만 보도하지 않았다.
검찰은 트럼프 측이 선거에 불리한 정보를 사들인 뒤 묻어 버리는 ‘캐치 앤드 킬(catch and kill)’을 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페커를 증인으로 내세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직전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성추문 ‘입막음 돈’을 지급한 것이 결국 사실 은폐로 이어져 선거의 공정성을 해쳤다는 검찰의 논리를 뒷받침할 인물이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