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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에 느려진 지구… ‘윤초’ 조정시기 늦춰

입력 | 2024-03-29 03:00:00

해수면 상승해 지구 각속도 둔화
최초의 ‘마이너스 윤초’ 시기 미뤄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 해수면이 올라가면서 지구의 각속도를 늦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지구온난화로 극지방 얼음이 녹으면서 지구 표준시를 보정하는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덩컨 애그뉴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지구물리학 및 행성물리학연구소 연구원은 기후변화로 그린란드와 남극 얼음이 녹아 ‘세계 표준시(UTC·협정 세계시)’를 예상보다 늦게 보정해야 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27일(현지 시간) 네이처에 발표했다.

통신과 컴퓨팅,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확인이나 금융 거래 등의 활동에는 세계적으로 일관되고 표준화된 정확한 시간 척도가 필요하다. 현재 국제 협정에 따라 모든 곳에서 사용되는 규칙은 UTC다.

UTC의 단위는 원자시계에서 세슘(Cs)-133 원자가 91억9263만1770번 진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정의된 ‘1초’다. 원자시계로 잰 1초는 지구가 태양을 기준으로 자전하는 데 걸린 시간을 하루로 잰 1초와 오차가 생긴다. 지구의 자전 속도는 일정하지 않고 계속 미미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둘 사이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사람들은 1972년부터 UTC에 시간적인 불연속 값인 ‘윤초’를 계속 1초씩 더해 왔다. 원자시계로 잰 UTC가 지구의 자전을 기준으로 잰 시간보다 느려 이를 보정했다는 뜻이다.

애그뉴 연구원은 “윤초는 1972년부터 1999년 사이에 23번 추가됐고 지난 23년간은 단 4회만 추가됐다”며 “지구 내부 액체핵의 자전 속도가 점점 느려지면서 사람들이 사는 지각을 포함한 ‘단단한 지구’가 각운동량 보존을 위해 더 빠르게 회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구의 각속도와 조석력 등 지구 자전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바탕으로 계산해 수학적 모델로 추세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앞으로 10년 내에 사상 처음으로 UTC에서 윤초를 더하는 게 아닌 ‘1초를 빼야 한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특히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UTC에서 윤초를 빼는 시점이 3년 정도 미뤄졌다고 분석했다.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한다. 해수면이 올라갈수록 조석 현상으로 인한 마찰이 커져 지구 각속도를 늦춘다. 극지방의 얼음이 녹지 않았다면 약 2026년에 UTC에서 윤초를 빼야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현재 컴퓨팅과 금융 시스템 등 많은 시스템에서 1초를 추가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있지만 1초를 제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거의 없어 윤초를 빼는 상황이 많은 어려움을 야기할 것”이라며 “지구온난화와 세계 시간제는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