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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러시아 대통령은 푸틴’…왜·어떻게·다섯 번이나 가능했나

입력 | 2024-03-18 21:44:0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현직 대통령이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18일(현지시간) 최종 당선되며 2030년까지 임기를 연장하게 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모든 개표 과정이 종료됐으며, 푸틴 대통령이 87.28%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왜 러시아는 다섯 번이나 푸틴을 선택했을까?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 대통령이 어떻게 늘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는지, 푸틴의 당선이 확실하다면 애초에 선거는 왜 중요한지 분석해 보도했다.

◇푸틴의 대선 필승 방정식

푸틴 대통령은 자신이 자처해 선거에 나서기보다는 출마해 달라는 대중에 요구에 부응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2024년 대선에 나가달라고 요구한 이는 아르툠 조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스파르타 대대 지휘관이었다.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지도자로도 알려진 그는 지난해 12월 8일, 크렘린궁을 방문해 푸틴 대통령에게 재출마를 간청했다.

이같은 모습은 크렘린궁이 통제하는 언론을 통해 러시아 대중들에게 공개됐다. 언론은 푸틴 대통령만이 안정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득했으며, 우크라이나 침공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결사전으로 오직 푸틴 대통령만이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

선거 과정은 투명한 듯 불투명했다. 3일에 걸쳐 진행됐으며, 투명한 투표함을 조작할 수 있는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검증할 길이 없는 온라인 투표 시스템 역시 병행됐다.

독립적인 선거 감시 단체로 ‘골로스(Glos)’를 지정했지만 요원들은 외국인으로 배치됐고, 그 지도자인 그리고리 멜코니얀츠는 지난해 8월 돌연 체포돼 구금됐고 재판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멜코니얀츠는 ‘유럽선거감시기구네트워크’와 협력한 혐의를 받고 있다.

투표 과정에서 조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심은 단순한 심증이 아니다. 2021년 선거 중 여러 지역에서는 온라인 투표 결과가 종이 투표 결과와 엇갈렸다. 해당 지역에서는 종이 투표 개표 결과상 패배한 친푸틴 정권 후보 9명이 온라인 투표로 결과를 뒤집었다.

정부 직원과 국영 기업 직원들은 푸틴 정권의 지원하에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친푸틴 정권 후보에게 투표한 화면을 상사에게 제출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이들 중 다수는 폐쇄적이고 부패한 시스템의 수혜자”라고 비판했다.

◇어차피 대통령은 푸틴이라면…선거 왜 필요했나?

푸틴에게 있어 이번 선거의 목적은 ‘정당성’이라는 겉치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막대한 지지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일종의 발판인 셈이다.

러시아 선거 관리원과 무장 경비원이 가가호호 방문하며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에서도 투표를 요구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선거는 러시아가 불법적으로 합병한 크름반도·헤르손·자포리자·도네츠크·루한스크 등 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아울러 올해 선거는 5년 전, 러시아에서 일부 친푸틴 분석가들조차 그가 후계자에게 권력을 넘겨줄 것이라고 믿었던, 지금보다는 합리적이었던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푸틴 정권은 2020년부터 정부에 반대 의견을 내는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해 왔다. 수천 명의 반대 인사를 잡아들였으며, 대표적인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는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지난달 돌연 옥중사했다.

이같은 기류는 2020년 벨라루스의 대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선거 조작을 통해 6선을 달성했는데,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기 때문이다. 당시 벨라루스 당국은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구금하고 고문까지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