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26일 제주시 한경면 소재 한 도로변에서 몸통에 화살(붉은원)이 박힌 ‘천지’가 숨을 헐떡이며 앉아 있다. 제주시 제공
지나가는 개를 향해 화살을 쏴 관통상을 입힌 40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부장판사 배구민)은 지난 13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A 씨(49)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A 씨는 지난 2022년 8월25일 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자신의 닭 사육장 주변을 지나가던 들개 ‘천지’를 향해 70cm 길이의 화살을 쏴 관통상을 입혀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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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그는 들개에 대한 악감정이 있었다고 진술하면서도 ‘당시 60m 떨어진 곳에서 화살을 쐈는데 맞을지 몰랐고 당황스러웠다’는 취지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범행에 사용된 활은 A 씨가 직접 제작했고 화살은 해외 사이트를 통해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 1월 1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A 씨에 대해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과거 들개로부터 자신이 키우던 닭들이 모두 물려 죽어 들개에 대한 앙심이 있었다”며 “정작 화살을 맞은 개는 피고인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않았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이 사건은 2022년 8월 26일 오전 8시 29분경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대로변에서 '몸통에 화살이 박힌 개가 배회하고 있다'는 행인의 신고가 접수되면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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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수십 대를 분석하고 한국양궁협회 등 화살 관련 단체를 대상으로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주민 제보를 받기 위해 마을 곳곳에 현수막을 게시하고 애견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전단지를 돌렸다.
A 씨는 범행 약 8개월 만인 지난해 3월 검거됐다. 당시 A 씨가 해외 사이트에서 화살을 구입한 정황을 확인한 경찰이 주거지 압수수색을 진행, 범행에 사용된 활을 발견했다. 혐의를 부인하던 A 씨는 그제서야 범행을 인정했다.
천지는 치료를 받고 지난해 11월 말 도내 동물단체 등의 도움으로 미국 뉴욕 한 가정에 입양됐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