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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지에 日사찰 그림”… 中 국민생수, 불매운동 된서리

입력 | 2024-03-13 03:00:00

중국인들 “눙푸산취안 제품 폐기”
‘81조 中최고부자’ 중산산 회장
아들 美국적 논란까지 겹쳐 곤혹
외신 “中정부, 애국주의 선동 방관”



중국 생수업계 1위 기업인 눙푸산취안의 음료에 그려진 건축물이 일본 교토에 있는 사찰인 기요미즈데라(淸水寺)와 닮았다는 글이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라와 중국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웨이보 캡처


중국에서 ‘국민 생수’로 불리며 사랑받던 눙푸산취안(農夫山泉)이 거센 불매 운동에 휩싸였다. 일부 제품의 포장이 ‘일본풍’이라는 의혹에 창업자 중산산(鍾睒睒·70·사진) 회장의 아들이 미국 국적을 보유했단 사실이 알려지며 중국의 ‘애국주의’ 심기를 건드렸다.

12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눙푸산취안의 제품을 폐기하거나 비판하는 영상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영상에서 사람들은 커다란 생수병에 담긴 물을 그대로 변기에다 내버리는가 하면, 마트에서 눙푸산취안 생수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왜 그 제품을 사느냐’고 따져 묻는다. 장쑤성에 있는 한 편의점은 아예 ‘눙푸산취안 제품을 팔지 않겠다’는 공고문을 내붙였다.

중국 생수업계 1위인 눙푸산취안이 하루아침에 역적으로 몰린 건 ‘친일 논란’이 계기가 됐다.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눙푸산취안의 음료수 포장지에 일본 사원이나 사찰의 그림이 들어가 있다는 의혹이 빠르게 퍼졌다. 일각에선 “눙푸산취안 생수의 페트병 뚜껑이 빨간색인 건 일본 국기를 상징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눙푸산취안의 중 회장은 자수성가해 중국 최고 부호 자리에 올라 중국 내에서 대표적인 서민갑부 신화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개인 자산이 620억 달러(약 81조 원)에 이르러 중국 최대 게임업체인 텐센트의 창업자 마화텅(馬化騰) 등을 제치고 3년 연속 자산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중 회장이 지난달 세상을 떠난 쭝칭허우(宗慶後) 와하하그룹 회장을 젊은 시절에 배신한 적이 있단 소문이 퍼지며 여론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게다가 아들 중수쯔(鍾墅子)가 미국 국적을 가졌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반민족자’라는 딱지까지 붙게 됐다.

서방 매체들은 “중국 정부가 ‘샤오펀훙(小粉紅·극단적 애국주의)’의 선동 활동을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애국심에 사로잡힌 중국인들이 정부나 공산당이 아닌 외국과 기업에 분노를 쏟아내게 만들어 권력을 공고히 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중국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중국의 대표적 소비재기업을 비난해 구매를 저하시키는 건 내수 회복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기업 관계자를 인용해 “눙푸산취안은 공격보단 칭찬을 받을 게 많은 국내 기업”이라며 “냉정함을 유지하고 여론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