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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빠진 아이… 다양한 활동으로 놀이의 기쁨 알려주세요

입력 | 2024-03-07 03:00:00

스마트폰 교육 우수 어린이집 사례
주머니 만들어 보관해 사용 자제… 다양한 활동 목록 미션처럼 성취
스마트폰 뒤에 모래시계 붙이고, 정해진 시간만 사용하도록 약속
외식 땐 스스로 놀잇감 챙기도록 부모들 놀이 노하우 공유하기도




아이들이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마트폰 과의존은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문제가 발생하는 상태를 말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연령대 전체 인구 대비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유아·아동의 경우 26.7%에 달한다. 청소년(40.1%) 다음으로, 성인(22.8%)보다 높다.

두 기관이 지난해 발표한 ‘2022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를 보면 유아·아동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2020년 27.3%, 2021년 28.4%, 2022년 26.7%로 꾸준히 20% 후반대를 유지했다. 또 부모에게 유아 자녀의 스마트폰 과의존 원인을 물었을 때 돌아온 답변 중에는 ‘스마트폰 이용 훈육 방법을 잘 몰라서’가 38.5%로 가장 많았다.

어린 자녀가 스마트폰을 적절하게 사용하게 하는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참고할 수 있는 사례 세 가지를 소개한다. 과기부와 NIA가 지난해 12월 개최한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교육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경기 하남시 시립 나룰 어린이집과 부산 강서구 KR 단미래 어린이집, 우수상을 받은 부산 동래구 동래래미안아이파크 3단지 어린이집이다.


● ‘스마트폰 재우기’ 도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대신 그 시간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짜놓은 계획표. 동래래미안아이파크3단지 어린이집 제공

“나는 스마트폰을 갖게 되면서 밖에서 노는 시간이 줄었어. 우리 엄마 아빠도 내 얼굴보다 스마트폰을 더 많이 봐. 어떻게 하면 예전처럼 행복해질 수 있을까. 친구들아 도와줘.”

동래래미안아이파크 3단지 어린이집 아이들은 이 같은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아침에 등원하며 유모차에서 스마트폰을 보다 뺏기고 울거나 온라인에 등장하는 은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을 여러 차례 보며 안타까워하다 김정희 원장이 직접 작성한 편지다.

아이들은 편지를 읽은 뒤 “스마트폰을 안 보이는 곳에 넣어두고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시간에 쓰지 않으면 된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또 ‘스마트폰 재우기’를 실행하기 위해 직접 주머니를 만들었고,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거나 책을 읽는 등 스마트폰 없이 할 수 있는 활동도 적었다. 요즘에는 어린이집에서 교육할 때 미디어 자료를 함께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특별히 교구 놀이만 하는 날을 별도로 만들기도 했다. 김 원장은 “아이들이 스스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도록 약속하게 하고, 여기에 부모들도 함께 참여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커졌다”고 말했다.

● ‘스마트폰은 15분만’ 약속
“산타 할아버지한테 스마트폰을 받고 싶어요.”

“엄마가 게임 시간을 많이 주면 좋겠어요.”

KR 단미래 어린이집 교사들은 아이들이 이런 얘기를 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아이들이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KR 단미래 어린이집은 스마트폰 거치대 기능을 하면서 놀 수 있는 장난감을 담을 수 있는 통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었다. 통에는 아이들이 직접 점토나 종이로 만든 장난감, 주사위 등을 넣었다. 또 통에 ‘정해진 (스마트폰 사용) 약속 시간 지키기’ 등의 문구도 써넣었다. 15분짜리 작은 모래시계를 스마트폰 뒤에 붙이기도 했다.

교사 권서현 씨는 “식당 등 아이들이 집 밖에 나갔을 때 놀 게 없어서 스마트폰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 엄마 아빠와 대화도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모래시계는 ‘영상 한 개만 보기로 했잖아’라고 해도 잘 듣지 않는다는 부모들에게 효과적”이라며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15분 보면 1시간 반∼2시간 정도는 눈을 쉬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하면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 스마트폰 대신 장난감

스마트폰 대신 갖고 놀 수 있는 작은 장난감을 담아놓을 수 있는 스마트폰 케이스 겸 거치대. KR 단미래 어린이집 제공

“스마트폰이 우리 몸을 아프게도 할 수 있어요. 스마트폰은 우리 머릿속 생각 주머니도 못 자라게 하고, 눈도 아프게 해요.”

지난해 시립 나룰 어린이집 아이들은 이런 대사가 등장하는 연극을 봤다. 어린이집이 부모들에게 실시한 ‘가정에서의 스마트폰 사용 현황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창작극을 만들고 인형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설문조사에선 주말에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외식할 때 스마트폰을 보여준다는 답변이 많았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스스로 놀잇감을 챙겨 갈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린이집에선 아이들과 함께 놀이 가방을 만들었다. 또 가방에는 어린이집에서 교사들이 추천하는 놀이 관련 자료를 넣었다. 부모를 대상으로 아이들이 스마트폰 대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받아 시상하며 동기 부여도 했다. 교사 김경희 씨는 “부모들로부터 ‘자녀와 함께 본인도 각성하는 기회가 됐다’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