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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별이라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38〉

입력 | 2024-03-01 23:36:00


그대가 별이라면
저는 그대 옆에 뜨는 작은 별이고 싶습니다
그대가 노을이라면 저는 그대 뒷모습을
비추어 주는 저녁 하늘이 되고 싶습니다
그대가 나무라면
저는 그대의 발등에 덮인
흙이고자 합니다
오, 그대가
이른 봄 숲에서 우는 은빛 새라면
저는 그대가 앉아 쉬는
한창 물오르는 싱싱한 가지이고 싶습니다

―이동순(1950∼ )





봄은 무엇이든 시작하기 좋은 계절, 생동감이 기대되는 계절이다. 바람의 냄새와 온도는 이미 바뀌었다. 초록색 새싹이 움을 틔운다. 다소 쓸쓸했던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 우리는 이유 없이도 희망할 수 있다. 이런 봄을 노래하는 시는 대개 설렘이나 사랑의 시다. 맞다. 지금만큼 사랑의 연가를 읽기 좋은 때는 없다.

이 시를 읽었을 때 ‘그대’의 자리에 누구를 넣느냐에 따라 읽는 이의 나이, 상황, 시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사랑에 빠진 청춘은 자신의 연인을 떠올릴 것이고 많은 어머니는 자식을 떠올릴 것이다. 시인은 특정한 누군가를 생각하며 시를 썼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가 독자에게 가는 순간, 이 시에 등장하는 ‘저와 그대’는 제각기 다른 사람이 된다. 우리는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대가 잘 되도록 돕는 역할만 한대도 충분히 기쁠 수 있다.

물론 그대가 꼭 사람이라는 법은 없다. 그대의 자리에 조국의 이름을 적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삼일절이 생겨났다. 사랑의 계절이 시작되는 첫날, 우리의 조상들은 대단히 큰 사랑을 외쳤던 것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