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美정부, 자국 반도체 업체에 2조원 보조금… 삼성 등과는 줄다리기

입력 | 2024-02-21 03:00:00

美 최대규모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10년간 1만500개 일자리 만들 것”
대선 앞두고 자국 기업 보조금 속도
해외 업체엔 지급발표 늦어질 수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9일(현지 시간) 미 반도체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스에 15억 달러(약 2조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반도체법을 통한 자국 업체 보조금 지원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미국 투자에 나선 해외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법 독소조항을 두고 미 상무부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미 상무부는 이날 “상무부와 글로벌파운드리스가 반도체법에 따라 직접 보조금으로 약 15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하는 구속력 없는 예비 양해각서에 서명했다”며 “이 프로젝트는 향후 10년간 1500개 제조업 일자리와 9000개 건설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미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통과된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발표한 것은 글로벌파운드리스가 세 번째다. 다만 앞서 받은 보조금 규모는 영국 BAE시스템스 3500만 달러, 미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스 1억6200만 달러였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발표로 대규모 투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본격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다음 달 5일 열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을 앞두고 인텔 등 주요 미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발표가 잇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텔이 200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는 오하이오주(州)는 11월 미 대선의 판도를 가를 격전지인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핵심 지역 중 하나다.

다만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약 170억 달러(약 22조7000억 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TSMC 등에 대해선 보조금 지급 발표가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 공화당이 보조금 지원 정책을 두고 ‘예산 낭비’라고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기업에 앞서 외국 기업에 대한 대규모 보조금 지급이 먼저 발표되면 바이든 행정부에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반도체법 독소조항으로 삼성전자와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 미 상무부의 협상도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투자한 반도체 기업에 총 527억 달러(약 75조5000억 원)를 지원하는 반도체법은 1억5000만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에 예상보다 많은 이익을 남기면 이를 미 정부에 반납하도록 하는 ‘초과 이익 공유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법이 추진됐던 팬데믹 당시와 달리 반도체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미국 내 전문인력 부족으로 이미 투자를 발표한 기업들도 투자 계획을 늦추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TSMC는 당초 올해로 예정했던 애리조나주 1공장의 양산을 2025년으로, 2공장은 2026년에서 2028년으로 늦췄다. 대신 일본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이달 24일 준공식을 갖는 일본 구마모토 공장을 조기 가동했다.

미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을 지낸 제임스 굿리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미국 정부가 보조금 분배를 늦출수록 다른 지역에서도 이러한 투자에 뛰어들고 동아시아에 더 많은 첨단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