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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블랙팬서’ 연원은 구약성경?

입력 | 2024-02-17 01:40:00

◇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마틴 푸크너 지음·허진 옮김/472쪽·2만2000원·어크로스




주인공이 “와칸다 포에버”를 외치던 영화 ‘블랙팬서’가 구약성경과 이어져있다? 언뜻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이 책 저자의 주장이다. 마치 ‘다빈치코드’처럼 온갖 문화 요소를 종횡무진 잇는 미국 하버드대 영문학과 교수 출신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 보자.

우선 영화 ‘블랙팬서’의 모티브가 된 흑인 인권운동 단체 흑표당(black panther party)은 ‘케브라 나가스트’라는 14세기 에티오피아 서사시의 영향을 받았다. 백인들의 서구 기독교 문명이 형성되기 전에 유대왕 다윗의 계보를 잇는 아프리카 기독교 문명이 존재했음을 흑인 운동가들이 주목한 것.

케브라 나가스트에 따르면 기원전 10세기경 유대 왕국을 방문한 에티오피아 여왕(시바)이 다윗의 아들 솔로몬과 관계를 맺고 아이(메넬리크)를 임신한다. 메넬리크는 훗날 예루살렘에서 모세의 언약궤를 훔쳐 어머니의 땅 에티오피아로 가져온다. 유대교의 핵심 상징인 언약궤의 권위를 끌어와 에티오피아의 문화 요소로 재창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입한 원형문화에 대한 존중과 부정의 상반된 행태가 동반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원형문화의 정통성과 더불어 자신의 고유문화에 대한 독창성을 모두 획득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케브라 나가스트는 솔로몬 왕의 직계 후손임을 주장하면서도 솔로몬을 시바 여왕을 꼬드겨 성관계를 맺은 죄인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썼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