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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돌봄단, 매주 안부 물어 고독사 예방

입력 | 2024-02-08 03:00:00

서울 전역서 단원 1200명 활동
위기 가구에 정기적 전화-방문
필요한 복지 서비스 연계하기도
“복지 안전망 빈틈없게 연중 운영”



우리동네돌봄단 마천1동 활동가들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가구를 방문해 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우리동네돌봄단은 취약계층 및 복지사각지대 주민을 대상으로 안부 확인 활동을 한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오늘 무릎은 어떠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마천1동에 홀로 사는 백모 씨(81)의 집에선 유쾌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동네돌봄단’이라고 적힌 주황색 조끼를 입은 최영옥 씨(63)와 조동심 씨(62)는 백 씨의 집을 찾아가 아픈 곳은 없는지 건강 상태를 살피며 안부를 물었다. 최 씨는 파스 여러 개를 익숙하게 건네며 식사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까지 꼼꼼히 챙겼다.

‘마천1동에서 10∼30년 안팎을 살았다’는 최 씨와 조 씨 모두 복지 전문가도, 관련 공무원도 아닌 ‘지역 위기 가구 전문가’다.

● 안부 확인부터 복지 서비스 연계까지
서울시는 이들처럼 한동네에서 오래 살면서 부녀회장, 통장 등을 맡았던 지역 주민들을 모아 ‘우리동네돌봄단’을 꾸려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최 씨와 조 씨가 활동하고 있는 돌봄단은 고독사 위험 가구의 안부를 확인하거나, 위기 가구를 발굴하는 동네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고독사 위험 가구 등 취약계층 주민을 대상으로 최소 일주일에 한 번씩 안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연계하는 활동을 한다.

마천1동에서 활동하는 돌봄 단원 6명은 한 사람당 60∼70여 명의 고독사 위험 가구를 담당하고 있다. 마천1동 주민센터 소속 복지 담당 공무원들과 돌봄 단원들이 한 팀이 돼 위험 가구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공유하고 필요한 자원을 지원한다. 대화방에선 ‘어르신 집 앞에 119가 와 있어요’ ‘무릎 수술 받은 어르신, 파스를 더 보내드려야겠어요’ 등의 지역 주민 소식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최 씨, 조 씨와 함께 찾아간 박모 씨(60)의 집에서도 온기가 느껴지는 대화와 웃음이 오갔다. 박 씨는 10여 년의 투병 생활 끝에 2년 전 마천1동으로 이사 왔다. 별다른 살림살이 하나 없이 이사 온 박 씨를 반긴 건 동네돌봄단으로 활동하는 조 씨였다. 박 씨는 “몸이 아파서 거의 움직이지도 못했는데 돌봄 단원들이 나보다 더 적극적으로 가구도 알아봐 주고 외풍이 들지 않게 벽도 꼼꼼하게 막아줬다”며 “나를 챙겨주고 신경 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지병으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살던 백 씨 역시 “혼자 살다 보니 TV만 봐도 눈물이 나오고 우울함이 컸다”며 “(돌봄 단원) 선생님들이 오고 나서부터는 명랑한 기운을 전달받아서 웃음도 나오고 밖에도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 긴급복지 지원 등 복지 안전망 역할
이처럼 서로의 안전망이 돼주는 동네돌봄단은 매년 늘고 있다. 2017년 서울 자치구 10곳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한 이래 2021년부터는 25개 모든 자치구로 확대됐다. 현재 서울 전역에서 약 1200명의 주민이 서로를 돌보는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최 씨와 조 씨는 앞으로도 활동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최 씨는 “처음엔 전화 통화를 하는 것도 꺼렸던 어르신들이 어느새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와 주는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며 “가끔은 내가 다른 누군가를 보살핀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내가 보상받고 있다는 감사함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우리동네돌봄단을 연중 운영해 촘촘한 복지 안전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정상훈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우리동네돌봄단 같은 민간 지역 자원을 활용해서 앞으로도 체감도 높은 복지 정책들을 추진해 나가고 위기 가구 대상자들을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돌봄단에서 활동하려면 거주 지역 구청에 문의하면 된다. 월 최대 48시간을 근무해 39만6000원의 활동비를 지급받는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