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9년 만에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차명석 단장이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55)의 하루는 걷는 걸로 시작한다. 오전 6시쯤 일어나 서울 강남구 도곡동 집에서 사무실이 있는 송파구 잠실야구장까지 1시간 넘게 걸어서 출근한다. 차를 타고 출근한 날에도 오전 일찍 한강으로 나간다. 동호대교까지 다녀오면 약 2만 보를 찍는다. 시간이 허락하고 생각할 게 많은 날에는 더 멀리 한남대교까지 다녀온다.
그는 LG 투수코치이던 2013년 신장암 수술을 받았다. 시즌 중 병원에 입원해 콩팥 하나를 떼어내야 했다. 건강관리에 소홀했던 그는 이후 틈나는 대로 걸으려 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차 단장이 걷기와 함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독서와 일기다. 선수 은퇴 후 지도자가 되면서 1년에 책 100권 읽기를 목표로 삼아 꾸준히 실천해 왔다. 단장이 된 요즘도 한 해 50∼60권을 읽는다. 일기를 쓴 지도 20년 가까이 됐다. 그는 “어떤 책을 읽다가 ‘일기를 쓰는 사람은 성공에 다가선 사람이고, 일기를 1년 이상 쓴 사람은 이미 성공한 사람’이라는 문구를 본 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에게 일기는 하루의 복기이자 반성이다. 그는 “반성한다는 건 만족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게 야구는 정답을 찾아가는 끝없는 여정이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야구의 정답을 찾기 위해 일종의 ‘성지순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신장암 투병 후 그는 이전에 즐겼던 술도 멀리한다. 회식은 무조건 1차에서 끝낸다. 선수 때 물처럼 마시던 콜라도 마시지 않는다. 그는 “큰 병이 난 데는 술의 영향도 있겠지만 과하게 마신 탄산음료의 영향이 더 컸던 것 같다”고 했다.
순례자처럼 살아가고 있는 그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버킷리스트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는 것이다. 차 단장은 “단장직을 그만두면 언제든 산티아고 순례길을 향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책에서만 읽은 40여 일간의 순례가 어떤 것인지 직접 느껴보고 싶다. 다른 건 몰라도 걷는 건 자신 있다”며 웃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