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늬(왼쪽), 박신혜. 뉴스1
배우 이하늬와 박신혜가 출산 후 공백기가 무색하게 드라마 복귀작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하늬는 최근 방영 중인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극본 이샘 정명인/연출 장태유 최정인 이창우)에서 혼례 당일 신랑이 죽어 15년째 수절 중인 망분과부 조여화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조여화는 낮에는 집 담벼락 너머로는 단 한 발짝도 마음대로 나갈 수 없는 평범한 수절과부처럼 행동하지만, 밤이 되면 나쁜 놈들을 처단하기 위해 복면을 쓰고 담을 넘는 자객.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정을 가진 그는 밤마다 담을 넘어 배고픈 자에겐 쌀을, 아픈 자에겐 약을 가져다주며 ‘전설의 미담’이라 칭송받는다.
지난 2021년 SBS 드라마 ‘원 더 우먼’ 이후 결혼 및 출산 뒤 고민 끝에 출연한 복귀작인 덕분일까. ‘밤에 피는 꽃’에서 이하늬는 ‘물 만난 고기’처럼 극을 휘젓는다. 좌의정 댁에서 남편 없이 맏며느리로 살면서 때론 모욕적인 대우를 받아 속으로 울분을 삼키지만, 담장을 넘어 자객이 되는 순간 적극적으로 어려운 이들을 돕는다. 자칫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과부의 이중생활. 하지만 이하늬는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끈다. 조여화에겐 이하늬 특유의 ‘쪼’가 녹아있지만, 오히려 그 특징이 전에 없던 과부 캐릭터를 완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덕분에 이하늬는 조여화 그 자체가 될 수 있었다.
MBC ‘밤에 피는 꽃’, SLL·하이지음스튜디오
시청자가 반기는 또 한 명의 ‘워킹맘’은 배우 박신혜다. 지난 2021년 결혼 후 이듬해 출산을 하며 한동안 가정생활에 집중해 온 박신혜는 지난 1월27일 시작한 JTBC 토일드라마 ‘닥터슬럼프’(극본 백선우/연출 오현종)을 통해 오랜만에 배우로 돌아왔다. 드라마 ‘시지프스: 더 미스’ 이후 3년 여 만에 복귀다. ‘닥터슬럼프’는 박신혜가 가장 잘하는 장르인 로맨틱 코미디인 데다, 공백기 동안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며 감정이 더욱 풍부해졌을 박신혜의 출산 후 첫 복귀작이었기에 더욱 기대가 모아졌다.
박신혜는 ‘닥터슬럼프’에서 전국 1등부터 의대 수석까지 인생 상승 곡선만을 달리다 브레이크 제대로 걸린 마취과 의사 남하늘을 연기하고 있다. 남하늘은 공부와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도 모르는 ‘노잼’ 인생을 살다가, 번아웃 증후군에 걸린 것을 계기로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린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변화를 다짐하게 되는 인물이다. 그러던 중 학창 시절 원수였던 여정우(박형식 분)를 마주하고, 가장 감추고 싶었던 각자의 치부를 들킨 뒤 알게 모르게 서로를 위로해 주며 스며들어간다. 앞선 1~2회에서는 이 두 사람 서사의 서막을 여는 스토리가 펼쳐졌다.
극 초반에는 각 캐릭터가 왜 ‘슬럼프’에 빠졌는지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한다. 성공을 위해 불도저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던 남하늘은 자신을 옥죄는 상황에 갇혀 무기력함을 느끼고 우울증을 호소한다. 그 어떤 성공도 자신을 지우고선 아무것도 아니란 걸 깨달은 그는 원흉인 마취과 교수에게 들이받은 뒤 충동적으로 병원을 그만두지만, 이를 이해 못 하는 어머니 공월선(장혜진 분)에게 상처받는다. 하지만 이후 공월선이 보낸 문자에 사랑을 느끼고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며 위로 받게 된다.
이하늬와 박신혜는 두말할 것 없이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지만, 긴 공백기를 가졌기에 복귀를 선언했을 때 전과 같은 ‘폼’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됐던 것도 사실이다. 결혼과 출산 후에도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주인공으로 컴백한 점 역시 주목받았다. 화제 속에 복귀한 이들은 각고의 노력 끝에 각 캐릭터에 완벽히 이입했고 전과 같은 연기력으로 극을 장악했다. 이와 동시에 결혼과 출산이 여배우들에게 걸림돌이 아님도 확실히 증명해 냈다. 이하늬와 박신혜의 안방극장 컴백이 더욱 반가운 이유들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