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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김기용]어디로 튈지 모르는 ‘양안 불똥’

입력 | 2024-01-21 23:42:00

中-대만 긴장 높아지며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 주목
리투아니아 反中행보도 관심… 한국도 늘 긴장해야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나우루’와 ‘리투아니아’는 모두 나라 이름이다. 평생 한 번 가보는 것은 고사하고 이름조차 들어볼까 말까 한 이 나라들이 최근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와 관련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서태평양 섬나라인 나우루는 인구가 1만여 명으로 국토 면적은 서울 용산구 정도다. 나라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지만 어쨌든 하나의 국가다. 나우루는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反)중국 성향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가 당선되자마자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국교를 회복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인 나우루의 단교 선언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일까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대만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나우루의 단교 선언으로 대만 수교국은 바티칸 파라과이 과테말라 아이티 팔라우 등 전 세계 12개 나라로 줄어들게 됐다. 반중 성향인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 집권 8년 동안 10개국이 대만과 단교했다. 서방 언론들은 ‘차이나 머니’를 앞세운 중국의 작업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지구상에서 대만 수교국이 전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의 후속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나우루의 경제 발전을 돕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현대식 부두를 건설해 외부와 연결을 확대하고 경제가 발전하도록 할 예정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대사관이 개설되기도 전에 상주 특파원까지 파견했다.

나우루를 잃은 대만은 유럽의 리투아니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인구 270만 명으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와 함께 ‘발트3국’으로 불리는 국가다. 리투아니아는 2021년 11월 수도 빌뉴스에 ‘주리투아니아 대만대표처’를 설치하면서 중국과 갈등이 커진 상태다. 중국은 리투아니아 주재 중국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고 양국 관계를 대리대사급으로 격하했다. 또 리투아니아 수출품 통관을 막는 등 경제 보복을 했다. 리투아니아도 중국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권고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다.

대만은 반중 행보를 걷는 리투아니아에 최근 12억 달러(약 1조6100억 원)를 건넸다. 리투아니아가 중국과 ‘맞짱’ 뜬 국가라는 점에서 보답 차원에서 금융 원조를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만 당국은 이 돈이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중동·유럽 금융기금’과 ‘중동·유럽 투자기금’ 설립을 위한 돈이라고 해명했다.

대만 총통 선거가 끝나자마자 뜬금없이 ‘나우루’와 ‘리투아니아’가 소환되는 모습은 양안 관계 악화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은 지금보다 더 집요하게 대만을 압박할 것이다.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장관)은 “중국의 정보 조작 등 ‘인지전’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대 대만 지도자 가운데 반중 성향이 가장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 라이 당선인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중국의 아픈 곳을 찌르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볼 것이다.

이 같은 양안 갈등은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한눈팔고 있다가는 날아오는 불똥에 다칠 가능성이 높다. 가까이 있을수록 위험 확률이 높아진다. 중국 대만과 얽히고설킨 한국은 작은 불똥에 큰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우리가 눈을 부릅뜨고 중국과 대만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중국 옆에 사는 한국의 영원한 숙명일 수도 있겠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