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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연구자가 쓴 소설… “청춘들도 고전 재미 느끼게 판타지 결합”

입력 | 2024-01-17 03:00:00

윤채근 단국대 교수 ‘고전환담’
신동아 연재 26편 묶어 펴내




‘소설 연구자도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윤채근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58·사진)가 최근 문학동네에서 펴낸 ‘고전환담(古傳幻談·오래된 괴상한 이야기)’ 집필은 이런 질문에서 비롯됐다. 신간은 윤 교수가 2017년 6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신동아에 연재한 26편의 글들을 묶어낸 팩션(Faction·사실을 기반으로 한 허구)이다. 한문소설을 전공한 윤 교수는 일반인들의 흥미를 돋울 수 있도록 사료를 기반으로 상상을 적절히 결합했다.

책의 첫 장 ‘왜장 와키자카의 고백’은 임진왜란 당시 한산대첩에서 이순신에게 대패한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서사에서 영감을 얻었다. 와키자카는 이순신에 대한 증오와 존경이 담긴 회고록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왜장 가토 기요마사의 묘지에 이순신의 친필 칠언시가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와키자카가 이를 가토의 영전에 바쳤다는 상상력을 가미했다. 윤 교수는 “한산대첩은 일본에 처음으로 ‘우리가 질 수도 있겠다’는 공포심을 준 전쟁이었다”며 “당시 적장이던 와키자카를 통해 이순신을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칭 ‘판타지 덕후’라는 윤 교수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재미있게 고전을 전달하기 위해 내게 가장 익숙한 판타지를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책의 ‘식인귀와 함께 걷는 길’ 편에서는 채제공(1720∼1799)이 지은 협객 이야기 ‘이충백전(李忠伯傳)’을 좀비 이야기로 풀어냈다.

‘세종,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편에서는 정의공주가 막내아들에게 쓴 편지를 통해 자신이 아버지 세종을 도와 한글 창제에 기여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종대왕이 텔레파시로 백성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고충을 감지했다는 설정이 들어갔다.

윤 교수는 “10여 년 전 연구년을 내고 1년간 인도 승려가 대륙을 횡단하는 내용의 장편소설을 쓴 적이 있다”며 “이번 출간을 계기로 이전에 써놓은 장편소설들을 손질해 세상에 내놓고 싶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