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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론/이승길]‘연장근로 주단위 계산’ 판결이 던진 근로시간 개편 과제

입력 | 2024-01-10 23:45:00

대법 “1일 아닌 1주로” 단위 명확히 밝혀
노동시간 유연화 방안 모색 계기로 삼되
근로자 휴식시간 보장도 함께 논의해야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동법의 역사는 근로시간의 단축사이고, 노동법에서 사용하는 근로시간의 개념은 일률적이지 않지만 핵심적인 근로조건이다. 근로시간의 규율은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의 제한’과 ‘휴식시간의 보장’을 목표로 삼는다. 2018년 3월 개정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1주 근로시간의 최대한도를 연장근로를 포함해 ‘52시간’으로 명문화하였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을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시한 건 다행스럽지만 실제 정책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근로시간 제도의 합리적 개편을 모색해볼 때가 됐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이 1주에 40시간(휴게시간 제외) 또는 1일에 8시간(휴게시간 제외)을 각각 초과할 수 없다(제50조 1항, 2항)고 규정하고 있다. 연장근로시간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더라도 1주에 12시간이 최대한도다. 다만 1일 단위에서는 정해져 있지 않다(제53조 1항). 이런 일상의 근로를 넘어선 법정(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선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 지급해야 한다(제56조).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제110조 1호), 연장근로 등의 수당 미지급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면서 근로자의 ‘반의사불벌죄’로 두고 있다(제109조).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항공기 객실청소 업체 대표이사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하며 쟁점이었던 ‘연장근로 한도 초과 여부’에 대하여 최초로 명확한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가산임금 지급 대상이 되는 연장근로’와 ‘1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의 판단기준을 구분하고, 1주 연장근로시간의 계산방법은 1주 근로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를 넘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은 법률 규정의 취지와 연혁, 문언에 따라 합리적으로 파악해 가산임금이 지급되는 연장근로 및 1주 연장근로 한도의 계산 방법을 최초로 명확하게 밝힌 것에 의미가 있다.

원심은 2018년 5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과 같이 ‘각 근로일마다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시간을 1주 단위로 합산한 값’이 12시간을 초과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벌금 100만 원 처벌). 결국 대법원 판결은 종전의 행정해석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각 근로일마다 1일 8시간을 초과한 시간의 합이 12시간을 초과해도 주당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이 12시간 이내이면 형사처벌이 되지 않는다고 합리적으로 판결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대법원 판결이 보도되자 노동계는 “시대착오적이며, 쓸데없는 혼란을 자초한 판결”이라고 혹평했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사례로 연속 밤샘 허용 논란, 압박 근로, 주 52시간제의 무용지물화 등을 지적하며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고용노동부의 종전 행정해석을 뒤집어 파장이 예상된다며 조속히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입법을 보완하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상식적인 법논리로 보면, 연장근로수당이 감경되지 않고, 회사는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진다. 연장근로는 업종 및 직종의 특성에 따라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문제이지, 공권력이 개입해 형사처벌을 내릴 문제도 아니다. 실제로는 ‘주 52시간제 내에서 연장근로의 유연한 활용의 여지’도 별로 없다. 기껏해야 회사는 필요하면 1일이 아닌 1주를 기준 삼아 연장근로 활용 계획을 ‘확인’하는 정도의 의미를 가질 뿐이다.

오히려 대법원 판례를 계기로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 근로시간제도 개편 논의를 3가지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첫째, ‘근로시간의 규제 방법’은 법령에 의한 일률적 규제보다는 노사에 의한 집단적 결정이나 개별계약에 따른 자유로운 결정 방식을 모색한다. 둘째, 근로시간의 유연화와 휴식권이 조화를 이루는 1월·분기·반기·1년 단위 등의 ‘연장근로 상한제’의 도입 방안을 검토한다. 셋째,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집중근로제 안착을 위해 ‘근로일간 최소 휴식시간’의 보장 방안을 강구한다.

그러나 지나친 ‘1일 연장근로 상한 도입’이나 ‘휴식권 의무화’ 등과 같이 협소한 근로시간 규제 논의를 넘어서야 한다. 정부는 노동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일자리 창출 기반과 기업 경쟁력의 강화 방안을 마련해주고, 국회는 노사 상생의 터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조만간 노사정이 노동개혁 깃발로 선진적 근로시간 제도 정착을 위한 공론화에 다시 나서길 기대해 본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