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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박테리아… 다시 보니 예술이네

입력 | 2024-01-01 03:00:00

바이오아트, 최근 국내외서 주목



옛 경성방직 사무동 현관에서 채집한 곰팡이 균의 색소가 활용된 설치물 ‘정지운동―현관부’(위쪽). 생물 발광 박테리아로 그린 헌터 콜의 ‘Living Drawings’. 박지희 작가 제공·헌터 콜 홈페이지 캡처


곰팡이로 예술 작품을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까. 생명공학 기술을 예술에 결합한 ‘바이오아트’가 최근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 시테 레지던시 입주 작가로 선정된 박지희 씨는 균류를 활용해 ‘기록되지 않은 미시적 역사’를 시각화한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옛 경성방직 사무동의 역사를 추적한 프로젝트 ‘생략된 궤도’가 대표적이다. 건물의 먼지를 수집해 곰팡이 균을 찾아낸 뒤 투명한 레진 안에 곰팡이의 색소 물질을 넣어 염색한 설치물 등으로 구성됐다.

사람과 생물 간 상호작용을 분석해 소리로 표현한 작품도 있다. 지난해(2023년) ‘ACT 페스티벌’에 전시된 ‘미시적 연결감각’이 바로 그것.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출신인 김대희 작가의 작품이다. 관람객이 전시된 버섯을 만지면 버섯에 연결된 바이오피드백 센서가 사람과 버섯 사이에 흐르는 미세 전류를 감지하고 이를 소리로 변환해 들려준다.

바이오아트는 기술과 예술 간 융합이 비교적 일찍 이뤄진 서구에선 국내보다 먼저 예술의 한 갈래로 자리 잡았다. 2000년 브라질 출신 작가 에두아르두 칵은 토끼의 몸속에 해파리의 녹색 형광 단백질을 주입해 형광 빛을 내는 유전자 변형 토끼 ‘GFP 버니’를 발표했다. 미국 출신 작가 헌터 콜은 스스로 빛을 내는 박테리아로 그림을 그린다. 밝게 빛나던 작품은 박테리아가 죽어가는 2주간 서서히 빛을 잃으며 생명의 순환을 보여 준다.

바이오아트는 인간과 생태계 간 보이지 않는 관계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박지희 작가는 “사람들은 곰팡이를 ‘없애야 할 존재’로 인식하지만 곰팡이를 예술로써 본 관람객은 이 역시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임을 감각할 수 있다”며 “바이오아트는 인간과 다양한 생물군의 공존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