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리 에세이스트
어른들은 애쓰며 튼튼한 레드카펫을 만들었다. 어린이들이 잘 걸어가도록, 천을 팽팽하게 맞잡아 경사를 완만하게 만드는 일에 온 힘을 쏟았다. 내 아이만 보지 않았다. 어린이들 한 명 한 명을 마주 보고 응원했다. 넘어지거나 우는 어린이에겐 ‘괜찮아!’, 끝까지 무사히 걸어간 어린이에겐 ‘잘했어!’ 소리쳤다. 지나간 어린이들이 보지 못하는 뒤편에서도 힘차게 응원하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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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뭉클했던 이유. 이름 모를 한 사람 한 사람을 응원하고 응원받았다. 레드카펫이 끝나고도 삶은 계속된다. 다 다르게 걷던 어린이들은 응원과 환호가 잦아진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며 어른이 될 것이다. 순탄치만은 않을 막연한 인생이란 길. 먼저 걸어본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격려한다. 남들과 겨루지 않고도 그저 자기답게 무사히 걸어갔으면 좋겠다고. 보이지 않지만 애쓰며 지켜보는 이들이 도처에 있다.
올해 마지막 인사를 뭐라고 전할까. 이름 모를 당신이 빛나지 않더라도 힘을 냈으면 좋겠다. 올 한 해 넘어진 사람도 뒤처진 사람도 울어본 사람도, 모두 괜찮다고 다시 걸어가면 된다고 응원을 전한다. 당신의 존재와 걸음과 지나온 날들과 나아갈 날들에 박수를 보낸다. 귀한 사람, 올해도 참!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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