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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식 검사입니다”…영화 주인공 사칭해 29억 뜯어낸 보이스피싱 조직

입력 | 2023-12-27 14:09:00


기사와 상관없는 이미지. 뉴시스


검찰 수사기관과 쇼핑몰 직원을 사칭해 29억 원의 불법 수익을 챙긴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수민)은 27일 총책 A 씨 등 조직원 총 27명을 범죄단체조직, 범죄단체활동, 사기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19명은 구속 기소됐으며 1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나머지 공범 7명은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씨 일당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 청도, 대련 등에서 국내 피해자 58명에게 “계좌가 범죄에 연루된 것 같다”며 쇼핑몰 직원과 수사기관을 사칭해 약 29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쇼핑몰 직원, 경찰, 검사로 역할을 나누고 3단계에 걸쳐 피해자들을 속였다. 쇼핑몰 직원을 사칭한 상담원은 미끼 문자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들에게 ‘결제한 사실이 없으면 명의가 도용된 것이니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해 주겠다’고 1차로 속였다.

사건 관계도. 서울동부지검 제공


사이버수사대 소속 형사를 사칭한 2차 상담원은 악성 앱(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한 뒤 사건 담당 검사를 연결해 주겠다고 했다.

검사를 사칭한 3차 상담원은 자신이 영화 ‘더 킹’ 속 등장인물인 ‘한강식 검사’라며 피해자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고 있으니 잔액을 국가안전계좌로 송금하면 수사 종료 후 반환해 주겠다고 피해자들을 속였다.

A 씨 일당들 대다수는 서울 강북구, 노원구 등에서 함께 성장한 친구들로 밝혀졌다. 조직원 B 씨(35)가 구속된 후 조직원 20여 명은 법무법인 사무실에 모여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허위 진술을 하기로 공모했다. 이들은 “짝퉁(레플리카) 사업, 유흥주점(KTV) 사업 등을 위해 중국에 방문했다”며 입을 맞췄다.

사건 관계도. 서울동부지검 제공


이들 중 일부는 2020년에 이미 체포됐지만 증거 부족으로 석방되면서 수사가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이 지난 1월 사건을 재수사를 진행했고 총책, 관리책 등을 입건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들의 범죄수익 약 5억 7000만 원을 특정해 이들이 소유한 부동산, 자동차 등에 환수보전 조치 했다.

검찰은 해외에 체류 중인 총책과 관리책 등에 대한 강제 송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수민 합수단장은 “(추적 중인 공범 7명 중에서) 한국에 있는 콜센터 직원 3명은 곧 검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에 있는 4명에 대해서도 여권 발급 거부 조치하고 인터폴 적색수배를 의뢰한 상황으로 곧 강제 송환 절차에 착수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