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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다” 민원 두달 후 가로등-CCTV 생겨

입력 | 2023-12-22 03:00:00

수원시, 올 4월 문 연 ‘새빛민원실’
식물 카페 연상케 하는 공간에
베테랑 팀장급 공무원 8명 배치
8개월 동안 1089건 원스톱 해결



수원시 권선동 성지·한양아파트 후문의 가로등이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까지 인도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주변이 캄캄하다는 민원을 새빛민원실이 신속하게 해결한 사례다. 수원시 제공


경기 수원시 권선동의 성지·한양아파트 주민들은 최근까지 오후 10시가 지나면 단지 후문 쪽으로 잘 가지 않았다. 후문 맞은편에 있는 이마트 수원점 영업이 오후 10시에 끝나면 인도에 있는 가로등이 모두 꺼지기 때문이다. 주민 홍모 씨는 올 9월 수원시가 운영하는 ‘새빛민원실’을 찾아 “범죄와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된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을 접수한 담당자는 우선 이마트 수원점과 협의해 가로등을 밤 12시까지 끄지 않기로 했다. 또 수원도시안전통합센터에 요청해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 권선구 안전건설과는 가로등 2개를 더 설치해 인도를 환하게 만들었다. 민원 접수부터 모든 조치가 끝날 때까지 걸린 시간은 2개월가량이었다. 홍 씨는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민원을 넣었는데 공무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해결해 주는 걸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이제 늦은 밤에도 딸이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 카페 같은 민원실



4월 경기 수원시청 본관 1층에 문을 연 ‘새빛민원실’에서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공무원이 민원인과 상담하는 모습. 수원시 제공

새빛민원실은 올 4월 수원시청 본관 1층에 487㎡(약 150평) 규모로 문을 열었다. 기존 민원실과 달리 넓은 통유리로 입구를 만들어 개방감을 줄 수 있게 디자인했다. 내부에는 곳곳에 식물을 배치해 식물 카페를 연상케 했다.

민원실에는 20년 이상 된 팀장급 공무원 8명이 유니폼을 입고 대기한다. 가슴에 ‘베테랑 ○○○’이라는 이름표까지 달고 직접 민원인을 상대한다. 조경애 수원시 시민청팀장은 “8명은 사회복지직과 환경직, 토목직, 건축직, 행정직 등 5개 직군으로 구성돼 있어 업무 경계가 모호하거나 주관 부서가 명확지 않은 복합 민원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빛민원실은 ‘사전상담 예약제’를 운영해 민원인이 기다리지 않고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또 제기된 민원이 여러 부서의 협의가 필요한 경우 즉시 ‘실무 협의반’을 구성해 대응한다. 주민 김모 씨는 “민원인 입장에서 이 부서, 저 부서 찾아다니는 일이 줄었다”고 했다.



● 친화적 소통, 시민 만족도 높아입력하세요

새빛민원실은 올 4월부터 민원 1089건을 해결했는데 상당수가 복합 민원이었다. 해결을 위해 외부와 협업하는 일도 많았다. 농번기 물 부족을 호소하는 주민의 경우 한국농어촌공사의 협조를 얻어 도움을 줬고, 노인정이 오래 닫혀 있다는 민원은 노인회와 관리소의 도움을 받아 재개관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새빛민원실에서 근무하는 임태우 팀장은 “지지부진하고 복잡한 민원이 잘 해결됐을 때 공무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시민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수원시가 420명을 대상으로 ‘새빛민원실 종합만족도’ 조사를 했는데 94.8%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또 새빛민원실은 경기도가 주관한 ‘2023년 경기도 민원서비스 개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앞으로도 새빛민원실을 통해 실무 부서 간 연계 및 협업 수준을 높이고 시민들에게 양질의 민원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