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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장을 한의학에 적용하다… ‘늦깎이 한의사’ 구태회 원장의 도전

입력 | 2023-12-21 03:00:00

구태회 한서자기한의원 원장이 한의학과 한서자기조절법이 융합된 치료를 하고 있다. ‘늦깎이 한의사’ 구 원장은 선친이 평생 몰두했던 한서자기조절법을 한의학과 융합해 한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 한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자기장의 방향성을 한의학적 기혈순환 원리에 적용해 한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경락과 자기장을 연구하다 뒤늦게 한의사가 된 구태회 한서자기한의원 원장(55)의 말이다.

구 원장은 한국 교육과 사회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된 ‘의치한약수(의대 치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에 우수 학생이 쏠리는 현상)’를 이겨내고 오랜 꿈을 이뤘다.

구 원장은 2017년 대전대 한의과대학에 편입해 졸업한 뒤 올해 한의원을 개원했다. 중앙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1차까지 합격한 그가 진로를 바꾼 것은 선친인 구한서 한서생체자기연구원장의 가업을 발전시켜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구 원장의 선친은 자기장의 방향성을 활용해 몸과 마음의 고통을 해소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는 ‘한서자기조절법’을 창시하고 평생 연구에 몰두했다.

한서자기조절법은 대체의학도 의학의 한 분야로 받아들이는 중국과 독일 등에서는 배우려는 의사들이 줄을 설 정도로 인정을 받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대체의학 가운데 하나인 ‘자석요법’으로만 알려졌을 뿐 제도권 진입이 허락되지 않았다.



꿈을 펼치려면 한의사 자격이 필요

구 원장이 한의사 면허증이 필요하다고 절감했던 건 대체의학이 법과 제도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국적 상황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한서자기조절법은 이미 1990년대 중반 중국 사천성중의학연구원, 대구한의대 한방병원 등 국내외 6개 임상병원에서 안정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았지만 제도권 의학에서는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구 원장은 한서자기조절법의 작용기전을 체계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1999년부터 연세대에서 보건학 석사를 취득한 후 생체공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과정 중간에 서울대 한의물리학연구실, 연세대 인공지능제어연구실, 삼성종합기술원 유 헬스(U-Health)팀 등과 공동으로 수행한 자기장과 경락의 상관성 연구는 구 원장에게 자기장의 다양한 적용 가능성을 일깨웠다. 하지만 공동연구는 연구비 지원 중단과 팀 해체 등 제도권 밖 의학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생업 종사하며 하루 6시간 이상 공부

구 원장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한의대 편입 준비에 나섰다. 한의대 편입시험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으나 서류+공인언어+지필고사+면접으로 구성돼 있다. 영어 공부는 매일 새벽 일정 시간을 할애해 원하는 점수가 나올 때까지 꾸준히 반복했다. 선친에게 배웠던 동양학 지식은 필수 시험인 한의학 개론과 한문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됐다. 대학 과정의 생물과 화학은 편입학원의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가업인 의료기 제조업체를 운영하면서 공부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구 원장은 “무조건해야 한다”는 절실함으로 밀어붙였다. 3년 동안 모든 외부 활동과 휴일 없이 평일에는 6시간, 주말에는 10시간 공부에 몰두했다. 가족들은 가업만으로도 생계에 지장이 없었지만 새로운 도전에 나선 가장을 응원했다.

구 원장은 한의대 재학 중 최고령 학생이었다. 교수 중에는 구 원장보다 나이가 어린 교수도 더러 있었다. 양이 많은 한의대 공부를 그것도 20대 동기들과 경쟁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힘들다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기에 해낼 수 있었다. 한약사, 중국 중의사, 국책 연구원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편입생들과 서로 격려하며 곁눈질 없이 공부했다. 주중에는 종일 수업과 공부에 매달렸고 주말에는 서울로 올라와 생업을 돌봤다.



한의학과 한서자기조절법 융합해 한의학 발전에 기여

구 원장은 치료에 침뜸 한약과 자기장을 활용한다. 한서자기조절법은 덜 자극적이면서도 더 효율적으로 신체의 변화와 기혈순환 개선에 도움을 준다. 자석을 신체의 경락에 붙이는 한서자기조절법은 침이 아프다고 꺼리는 환자와 피부, 근육이 연약한 노인과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구 원장은 한의학적 원리와 한서자기조절법을 융합해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영역을 넓힌다면 한의학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