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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김부겸-정세균 잇단 회동 추진…신당 이낙연 견제 포석

입력 | 2023-12-17 19:46:00


비명(비이재명)계로부터 대표 사퇴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압박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과 20일 김부겸 전 국무총리, 28일 정세균 전 총리와 회동을 잇달아 추진한다. 두 전직 총리를 만나 당내 단합을 강조하면서 ‘이낙연-김부겸-정세균’ 3자 전직 총리 연대 가능성을 불식하고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이낙연 전 대표의 힘을 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통화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단합과 통합을 위해 두 원로가 많은 제안과 말씀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전직 총리가 병립형 비례대표 회귀에 무게를 두고 있는 이 대표에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요구하고 당내 쇄신과 변화 요구에 미온적이라는 ‘쓴소리’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8일 영화 ‘길위에 김대중’ 시사회에 야권 인사가 대거 모이는 가운데 이 대표와 이 전 대표는 각기 다른 시간에 영화를 봐 만남이 불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 전 대표와의 만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이 전 대표를 견제하는 모양새다.



● 두 전 총리, 이재명에 쓴소리 전망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김 전 총리와 20일 일대일로 만날 예정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두 사람이 특별히 의제를 정하지 않고 당내 여러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와의 회동에선 선거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병립형 비례대표로 회귀를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병립형 회귀는 “퇴행”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먼저 제안한 자리니만큼 준연동형 선거제 유지를 비롯한 당 쇄신 방안 전반에 대해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아니더라도 이 대표가 모든걸 본인이 하려는 것에서 벗어나 통합을 위해 여러 사람을 참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김 전 총리는 ‘이낙연 신당’ 등 당이 쪼개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 측 관계자는 “김 전 총리가 민주당이 현재의 분열된 상태가 아니라 통합으로 나야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분명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18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리는 영화 ‘길위에 김대중’ 시사회에 참석해 김 전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다음달 개봉 예정인 영화는 김 전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성장하면서 1987년 대통령선거 후보로 출마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 대표와 김 전 총리는 영화 시작에 앞서 별로도 마련된 VIP룸에서 환담을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 측 관계자는 “DJ계 인사들도 모이는 자리라 가볍게 인사 정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 전 총리는 28일 이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당을 쇄신하라는 조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한 정세균계 의원은 “정 전 총리는 현재 민주당은 자신이 지금까지 본 민주당 중 가장 민주주의가 파괴된 정당이라고 보고 있다”며 “당 분열을 위한 막기 통합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정 전 총리는 해외 일정으로 28일 시사회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 비명 “李, 당 변화 확실한 조치부터”
당내에선 이 대표와 두 전직 총리와의 회동에서 당 통합과 관련한 뚜렷한 대안이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를 향한 ‘결자해지’를 요구하고 있다.

비명계 3선 중진 전해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일부 강성 지지층이 여론을 호도하고 당 내 갈등과 분열, 갈라치기를 하며 공격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도부의 확실한 조치는 여전히 미흡하다”며 “이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할 때 당의 통합과 단합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변화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당장 이 대표가 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이 대표 없이 치를 수 없고 이 대표 혼자 치를 수도 없다는 데 대해 당 지도부는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비대위원장이든 선대위원장이든 방향이 정해진 건 전혀 없다.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