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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복구 GP 10곳, 우리GP와 1km內… 軍, 기습도발 대비 중화기 투입준비

입력 | 2023-11-29 03:00:00

3곳은 소총 유효사거리 600m거리
신원식 국방 “망동은 파멸의 시작”




긴장감 고조된 비무장지대  28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초소(왼쪽 상단)에서 북한군 병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한 뒤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11곳을 복원한 가운데 이 중 10곳과 우리 측 GP 간 거리가 1km 이내인 것으로 나타났다. 파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한 북한이 복원 중인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11곳 가운데 10곳과 이에 대응해 우리 군이 복원할 것으로 보이는 남측 GP 간 거리가 1km 이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군 당국은 우리 군의 GP 복원 때 예상되는 북한 도발에 대한 대책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북측 GP 중 3곳과 남측 GP 3곳 간 거리는 소총 유효사거리인 600m 안팎으로 초근접해 있어 우리 군이 복원 조치에 착수하는 대로 북한이 총격 등의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28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군은 조립식 감시소 등 GP를 임시 복원할 시설물과 장비 일체는 물론 K-6 기관총 등을 모두 준비한 채 복원 작전 개시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북한이 콘크리트 타설 등을 통해 GP 완전 복원에 나선 것이 아니라 목재로 임시 복원을 실시 중인 만큼 복원 수위를 조금 더 지켜본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북한이 복원 중인 GP 11곳과 5년 전 파괴된 맞은편 우리 GP 11곳의 거리는 1곳(1060m)을 제외하면 모두 1km 이내였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의 GP 복원이 시작되면 북한군이 최근 반입한 무반동총 등 중화기나 소총으로 총격에 나서면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고 무력 충돌이 DMZ 밖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28일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고 “적이 도발하면 단호하게 응징하라”며 “평화를 해치는 망동은 파멸의 시작”이라고 했다.

북한군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지난주부터 권총을 휴대하는 등 재무장에 나선 것과 관련해 군 관계자는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 활동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응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조만간 JSA에서 철거했던 감시장비를 재설치하고 폐쇄한 초소를 복원하는 한편 무장도 권총을 넘어 소총, 기관총 등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北 재무장 GP 중 3곳, 南GP와 600m 근접 ‘소총 유효사거리’



北, 중화기로 공격땐 더 치명적
우리軍 GP 복원때 도발 가능성
軍, 시나리오별 대책 마련 착수
“즉각 강력하게 끝까지 응징할것”


북한군이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파기 뒤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망 감시초소(GP)를 복구하고 있는 모습. 국방부 제공

북한군이 9·19 남북군사합의로 시범 철수한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 11곳에 일제히 중화기(무반동총 등)와 병력을 투입한 가운데 우리 군 GP의 ‘맞대응 복원’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우리의 상응조치를 유도한 뒤 군사분계선(MDL) 일대 등에서 기습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군은 도발 시나리오별 면밀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28일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북한군 동향을 점검하고 “적이 도발하면 선(先)조치 후(後)보고 개념과 즉각, 강력히, 끝까지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응징하라”고 지시했다.




● DMZ 내 남북 최단 거리 GP 등 北 기습에 노출

남북은 2018년 9·19 합의에 따라 DMZ 내 GP 11곳씩, 총 22곳의 GP를 시범 철수했다. 남북 각 10곳은 완전 파괴(한국은 굴착기 철거, 북한은 폭파)하고, 1곳씩은 보존하되 병력과 화기를 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시 남북은 DMZ 내에서 1km 이내의 양측 GP 11곳을 철수 대상으로 선정했다. 군 관계자는 “가까운 거리만큼 상호 충돌 가능성이 큰 GP를 우선적으로 제거함으로써 긴장 완화의 상징성을 높인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9·19 합의 전면 파기 선언 다음 날(24일)부터 GP 11곳을 일제히 복원하면서 오히려 ‘부메랑’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북한이 중화기와 병력을 재투입한 GP 11곳과 맞은편 우리 GP 11곳의 거리는 1곳(1060m)을 빼곤 모두 1km 안쪽이다. 이 가운데 원형이 보존된 우리 측 동해안 GP와 맞은편 북측 GP 사이의 거리는 580m에 불과하다. DMZ 내 남북의 모든 GP를 통틀어 가장 가까운 거리다. 이곳을 포함해 3곳의 GP가 기본화기인 소총의 유효사거리(600m 안팎)에 포함된다. 유효사거리가 훨씬 길고 파괴력이 큰 기관총 등 중화기로 공격할 경우 더 치명적이다.

우리 군이 GP 복원에 나설 경우 북한의 고강도 기습 도발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군이 GP 복원에 앞서 도발 대응책을 빈틈없이 마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군 소식통은 “북한군이 MDL에 불시 접근하거나 복원된 GP 외 다른 GP에서 기습 총격을 가하는 등 도발 유형별 대응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우리 군이 GP 복원에 착수할 경우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해안포 사격을 하거나 동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쏘는 ‘성동격서’식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 우리 쪽 JSA 재무장도 ‘시간문제’

북한군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북측 경비요원의 권총 착용 등 ‘JSA 비무장화’를 파기한 것에 대한 우리 측 상응 조치도 시간문제라는 분위기다. 28일 오후 현재까지 JSA의 우리 측 경비요원들은 맞대응 무장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JSA를 관할하는 유엔사는 북측의 재무장 수위와 동향을 집중 감시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 중이라고 한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권총에 이어 소총과 탄약 등을 추가로 JSA로 반입할 경우 명백한 도발 의사로 간주하고, 유엔사도 즉각적인 재무장 지시를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 경우 북한은 9·19 합의에 따라 JSA에서 철수했던 여러 개의 초소를 다시 세우는 등 도발 수위를 한층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GP와 JSA 일대에서 북한군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며 “필요한 조치들을 차근차근 단호히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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