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갇힌 기업들] 〈하〉 계속되는 경기 한파
“부품회사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이자 비용 증가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계속 사업해 봤자 적자라서 접을까 싶어요.”
13일 인천 미추홀구 기계산업단지에서 만난 한귀득 태성티아이엠 대표는 앞으로의 경기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태성티아이엠은 2004년 설립된 자동차·전기전자 부품 전문 회사다.
올해 극심한 경기 한파에 시달렸던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은 좀처럼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내년을 어떻게 버틸지 막막하다고 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고금리, 인력난, 투자 경색까지 각종 악재가 계속되며 생존에 대한 확신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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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 평택상의 회장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1% 대기업은 반등하겠지만 나머지 99% 중견·중소기업들은 인력난 가중에 투자도 막히고 전망이 어둡다”며 “내년을 생각하면 앞이 정말 깜깜하다”고 말했다.
전국상의 99% “지역 투자여건 어려워”… 올 상반기 자금조달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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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 한계로 추가 대출 막혀
성장 가능성 따져 금융지원을”
“금리인하-금융지원 가장 절실”
저금리 대출 대폭 확대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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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금융지원 가장 절실”
저금리 대출 대폭 확대 요청
● 암울한 전망 탓 투자 움츠러들어
향후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은 당장 투자를 움츠러들게 한다. 투자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복수 응답)으로 상의 회장의 65.3%가 ‘경제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기업 활동 위축’을, 30.6%는 ‘금융시장 불안 및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꼽았다. 한 지방 기업 사장은 “지금은 사업을 정상화하는 것이 시급한데 금리 부담을 안고 다른 일을 벌이긴 어렵다”며 “투자라는 게 3∼4년 뒤에야 결과가 나오는데 자칫 큰 위험으로 돌아올까 다들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올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 규모는 급격하게 축소됐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상반기(1∼6월) 비금융 민간기업의 자금 조달 규모는 80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85조3000억 원에서 72% 급감했다. 주요 자금 조달 방식인 은행 대출 등 금융기관 차입 규모는 작년 상반기 120조5000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37조4000억 원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 금리 부담 완화, 노동개혁 등 시급
지역상의 회장 중 가장 많은 56.9%는 ‘금리 인하 및 기업 금융지원’을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과제(복수 응답)로 꼽았다. 특히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지방 기업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들의 담보가 한계까지 와서 추가 금융지원을 받을 여력이 안 된다”며 “앞으로 성장 가능성 등을 살펴보고 정책적으로 대출을 풀어줄 수 있는 곳은 과감하게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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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1∼6개월)까지 현재의 고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견·중소기업들은 절벽 앞에 서 있다”며 “정부 정책자금 및 세제 지원뿐만 아니라 은행들도 기업들의 이자 부담을 낮추는 데 동참한다면 보다 빠른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