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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출제 경향 급변” 논란인데 “킬러 배제 변별력 확보” 자찬하나

입력 | 2023-11-19 23:57:00

정문성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장(왼쪽)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수능 출제 경향을 설명하고 있다.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오른쪽), 강성주 검토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도 함께했다. 세종=뉴시스


교과과정 밖의 초고난도 문항을 뜻하는 ‘킬러 문항’ 배제 방침으로 올해 수능은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주요 대학들의 합격선이 내려갈 것이라는 입시업체들의 수능 가채점 결과가 나왔다. 국어 1등급 커트라인이 10점 떨어지고 절대평가인 영어 1등급 비율은 지난해 7.8%에서 올해는 5%대로 낮아져 서울지역 의대 합격선이 최대 5점 하락할 전망이다. EBS 설문조사에서는 수험생들의 86%가 올해 수능이 “어려웠다”고 했다.

수능 출제진은 “킬러 문항을 내지 않고도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한다. 공교육 과정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변별력까지 갖춘 출제 방법을 알아냈다면 늦었지만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평소 풀어보지 못한 유형의 문제들이 나와 어려운 것”이라며 억울해한다. 이번 수능은 초고난도 문제 대신 푸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중간 난도 문제가 늘어 중상위권 학생들의 체감 난도가 높았다고 한다. 특히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이 6월 모의평가가 끝나고 나서야 정해지면서 새로운 유형의 문제들을 실전에서야 접하게 돼 당황하는 학생들이 많았을 것이다.

“킬러 문항 없었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이 제기된다. 역대 수능에서 킬러 문항으로 분류됐던 수학 공통과목 22번과 선택과목 30번은 이번에도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거나 사교육을 받은 학생에게 유리한 문항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22번 문항의 정답률은 1.4%로 “100명 중 99명이 틀리는 문제가 킬러가 아니면 뭐가 킬러냐”는 불만이 나온다. 애초에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자의적인 킬러 문항 배제를 수능 출제의 핵심 기조로 제시하면서 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9월 마지막 모의평가를 앞두고 “킬러 문항 안 낸다”고 하고 실제로 쉽게 출제하니 쉬운 수능을 기대한 것 아닌가.

수능 출제기관의 홈페이지에는 “일관성 없고 예측 불가능한 출제 책임지라”는 성토의 글이 올라와 있다. 수능이 끝나면 이런저런 불만이 제기되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어느 시험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함에도 수능 ‘난이도 널뛰기’로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한 정부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앞으로는 킬러 문제 푸는 요령을 배우러 학원에 갈 필요가 없다”며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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