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북카페에서 소상공인과 택시운전사, 무주택자, 주부, 청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마포에서 초심을 다시 새기고 비상한 각오로 민생을 챙길 것”이라며 “국민의 의견을 하나하나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그제 국민 60여 명과 함께 진행한 타운홀 형식의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은행의 대출 규제와 금리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은행들은 갑질을 많이 한다”며 “독과점 행태를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카카오택시에 대해서도 콜 수수료 정책 등이 ‘약탈적’이고 ‘아주 부도덕한 행위’라며 “반드시 제재해야 한다”고 했다. 택시기사와 제조업체 종사자의 고충 호소에 답하는 과정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빚 부담에 짓눌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고통이 가중되는데도 은행들이 고금리에 기대 손쉽게 수익을 챙겨 온 현재 금융업계 구조는 고강도 개선 조치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성과급과 퇴직금 잔치까지 벌인 것을 놓고 사회적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택시의 경우도 콜 몰아주기와 불공정 약관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아 왔다. 윤 대통령이 모처럼 응한 국민과의 소통 자리에서 이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개선 노력을 밝힌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구조적, 체계적 해법 논의에 앞서 대통령의 말이 앞서는 듯한 상황이 벌어지는 건 우려스럽다. 여러 분야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어 한쪽을 건드렸다가 다른 쪽에서 의도치 않았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게 정부 정책이다. 금리만 해도 가계 및 기업 부채, 인플레이션, 환율, 미국 금리 정책 등 변수들이 얽혀 있다. 대통령이 거친 표현으로 금융업계를 낙인찍듯 몰아붙이는 방식으로는 되레 시장 혼란을 유발하거나 대응 효과를 떨어뜨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