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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與野 “고성·피켓 없애자”… 정치 복원 향한 첫걸음으로

입력 | 2023-10-25 00:15:00

이런 모습 사라질까 6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방침을 밝히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컴퓨터 모니터 뒤쪽에 ‘입법폭거 사법공백 민주당은 책임져라!’라고 쓴 피켓을 붙인 모습.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여야가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 회의장에 ‘정쟁형’ 문구가 적힌 피켓을 부착하지 않기로 했다. 교섭단체 대표 연설 등 본회의장에서의 고성과 야유도 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어제 정쟁 자제를 위해 “우선 회의장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극심한 정쟁에 대한 국민 피로감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사실에 여야 모두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여야 대표 연설 때나 대정부 질의 때 여기저기서 고함과 막말이 터지고 소란이 벌어지는 것은 21대 국회의 일상이 됐다. 야당 대표 연설 때는 “이재명 방탄” “죄를 지었으니”, 여당 대표 연설 때는 “대통령 퇴진” “입만 열면 거짓말” 등 여야 의원들의 야유가 쏟아진다. 서로 막말을 주고받다 회의가 중단되기 일쑤다. 일부 국무위원까지 여야 설전에 가세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볼썽사나운 피켓 대결도 다반사다. 최근에도 KBS 국감 때 야당 의원들이 ‘윤석열 정권 방송장악 규탄’이라고 적힌 피켓을 내걸자 여당 의원들은 ‘노영방송 국민들은 분노’라는 피켓으로 맞불을 놨다.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극단적 대립 정치가 낳은 폐해다. 내가 잘해서 지지를 얻으려 하기보다 상대를 비난하고 공격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공천에 영향을 끼치는 강성 지지층 또는 권력자를 향한 ‘충성 경쟁’과 ‘자기 어필’이 횡행하는 것이다.

사사건건 대립하고 ‘네 탓 공방’을 벌여온 여야가 갈수록 천박해지는 정치 문화에 신물 난 여론을 의식해 모처럼 ‘신사협정’을 맺긴 했지만 얼마나 지켜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공천과 총선을 앞두고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커지는 국면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약속을 깨는 의원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정당이 이번 합의를 잘 준수하고, 정치 복원과 생산적 협치를 위한 노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지 국민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여야는 이번 기회에 국격에 걸맞은 국회 회의 룰을 제도로 만들어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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